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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윤 대통령까지 국정원 대공수사권 역성들기, 속내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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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야 의원들이 지난해 10월26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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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과 관련해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 주장에 힘을 실은 셈이다. 국정원 개혁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6일 오찬 회동에서 내년 대공수사권 이양을 명시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해 보완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북한과의 접촉이 주로 국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원법 재개정에 반대하고 있어, 당분간 경찰·검찰·국정원의 합동수사팀을 꾸리는 쪽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설령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국정원이 수사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국내 정보 수집 폐지와 함께 국정원 개혁의 핵심 요체로 꼽힌다. 국정원은 군부독재 정권을 거치며 수사권을 악용해 숱한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국내 정치 관여 등을 자행해온 것도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아가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에 국정원 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고, 2020년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국내 정보 수집 권한 폐지 및 수사권 경찰 이관이 확정됐다. 다만 수사권 이양은 안보수사 공백 등을 이유로 3년간 유예돼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이다.

여당은 경찰의 대공수사 역량이 부족하고 국외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법상 국정원의 수사권만 사라질 뿐, 내사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 수집이나 조사 권한은 그대로 남아 있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주장이다. 국정원이 국외 첩보망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법 시행을 1년 앞두고 전방위적인 간첩 수사가 떠들썩하게 진행되고, 국정원 직원들이 ‘국가정보원’이 명시된 점퍼를 입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국정원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위로 비친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원은 신원조사 강화 등 권한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집권세력의 국정원 수사권 존치 시도는 정보기관을 또다시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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