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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우리가 몰랐던 美야생 온천을 만나다…'오프로드 자연온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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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방송기자 부부의 '에코 탐방기'

캘리포니아 중심 30여곳 온천 소개

에피소드·역사·생태 이야기 풀어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직장이든 육아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쉬는 날이면 욕망을 접어둔 채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뒹굴뒹굴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다보니 해외 여행뿐 아니라 자연에서 캠핑하며 마음의 위안과 여유를 찾고싶어 하는 욕구도 커졌다.

여기 이러한 욕망을 몸소 실천한 부부가 있다. 한국에서 방송 기자를 하다 결혼한 저자들은 미국으로 건너가 LA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은 낯선 이국땅에서 겪어야 했던 마음의 중압감을 털어내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자연 온천을 찾아 나섰다. 깔끔하게 정비된 온천 리조트가 아니라 하이킹으로 오지의 야생 온천을 다니며 그들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책은 그 결과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광활하고 웅장한 자연 곳곳에 숨어 있는 야생 온천을 찾아 관찰하고, 귀 기울이는 여정을 담았다. 저자들은 미국의 야생 온천을 두루 다니며 미국의 현재 모습과 생태계를 비롯해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지역사를 탐구했다.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30여 곳의 자연 온천을 찾아다니며 그곳이 품고 있는 역사, 그곳에 오랫동안 살아왔던 원주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자연 생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데일리

원주민의 평화지대가 히피의 안식처로

이들이 탐방한 온천은 주로 무료 노천 온천이다. 상업지역으로는 가치가 떨어져 소외된 지역이며 가난한 여행자와 히피, 장기 여행자가 모이는 곳이다. 특히 원주민이 오랜 세월 평화지대로 여긴 지역이기도 하다.

광활한 자연에 자리 잡은 미국의 온천은 태곳적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그레이트 스피릿(great sprit)’이 살아 숨 쉬는 신성한 곳이었다. 원주민들은 온천에서 제사를 지내며 인간과 우주가 만나는 매개로 온천을 이용했다. 온천에 얽힌 에피소드와 함께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화와 사상,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와 서부 개척 시대에 벌어졌던 사건 등 미국의 민낯도 만날 수 있다.

2박 3일 배낭을 메고 산속으로 들어가 온천을 탐방하고, 수천 년 동안 석회질 용전 침전물로 형성된 ‘트래버틴’ 온천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겼다. 바닷가 유황 온천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여독을 씻어내리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한인 노부부가 개발한 온천수로 데운 세계 유일의 ‘온천 캠핑장’도 있다.

또한 인종 차별로 폐쇄된 온천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원하면 발가벗고 다닐 수 있는 ‘선택적 나체지역’의 노천 온천도 경험했다. 환경 파괴로 망가진 솔튼호와 사라진 마을 슬래브시티 온천, 인간의 노력으로 회복한 원시림을 탐방하며 인간의 빛과 그림자를 목격했다.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이 좋아했다던 사막 속 나체 온천에서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온천 탐방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거친 오프로드를 승용차로 무리하게 달리다 오일탱크가 터지고, 핸드브레이크 고장에 타이어마저 갈가리 찢겨 끝내 폐차시켜야 했던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마크 트웨인이 치유했다던 온천 근처의 캠핑장에선 유기농 청포도를 곰에게 고스란히 내어주는 상황도 맞닥뜨렸다.

저자들은 몸소 체험한 온천 탐방기를 풀어내며 ‘몸도 벗고 생각도 벌고 놀자’고 이른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억눌렸던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는 요즘 간접적으로나마 ‘에코 탐방’을 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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