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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AI가 인류 삶 위협? 파괴적 기술이 진보 이끌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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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마벨테크놀로지그룹 창업자 세하트 수타르자(왼쪽)와 다이웨이리 부부. 아내 다이 창업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중국 반도체 삼남매' 중 막내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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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와 기업이 발전하고 성장하려면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혁신의 심장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전설의 부부 창업자가 있다. 바로 반도체 설계 기업인 마벨테크놀로지그룹의 세하트 수타르자와 다이웨이리 부부다. 이들은 UC버클리 캠퍼스에서 만나 결혼한 뒤 자녀가 각각 6세·4세 때인 1995년 창업했다. 이후 마벨은 오늘날 반도체 설계 업계에서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미디어텍에 이어 매출 6위(44억6000만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은 억만장자다. 포브스 기준 이들 부부의 순자산은 총 23억달러(약 2조8448억원)에 달한다. 남편이 11억달러, 아내가 12억달러다. 특히 다이 창업자는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여성 부호 순위 21위에 올랐다. 부부는 2016년 경영에서 물러나 60대에도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제2의 창업을 하고 투자자로 변신한 것이다. 수타르자·다이 부부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국가가 성장하려면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파괴적인 혁신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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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3남매'로 유명한 다이 창업자는 혁신가 육성의 조건에 대해 "교육은 기초 중 기초"라면서 "그 위에 테크놀로지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열정을 길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적 올리기를 강요하지 않고 열정과 동기를 부여한 어머니의 교육 방침을 그 사례로 들었다. 다이 창업자는 "9세에 농구에 호기심이 많아서 잘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뛰었다"면서 "어머니는 내가 운동을 못하더라도 '내 딸이 너무 똑똑하고 농구를 너무 잘한다'고 항상 칭찬했고, 이를 계기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의 교육 덕분에 늘 100% 노력하고 자신을 스스로 규율하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남편인 수타르자 창업자 역시 모험심과 열정을 강조했다. 그는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걷고 항상 호기심을 갖고 열정을 다한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삶을 사례로 들었다. 수타르자 창업자는 인도네시아에서 고교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17세에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UC버클리에서 컴퓨터학 학사 학위를 밟고 있던 아내를 만났다. 그는 아이오와대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컴퓨터 석·박사 과정을 하던 중이었다. 수타르자 창업자가 미국 유학에 오른 계기는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수타르자 창업자는 어린 시절 트랜지스터에 관심이 많아 13세 때 국가 공인 라디오 수리공 자격증을 딸 정도였다.

이러한 호기심과 열정은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이들을 또다시 창업자로 만들었다. 특히 다이 창업자는 2018년 공동 창업한 메타버스 스타트업인 미트카이(MeetKai)를 이끌고 있다. 미트카이는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비추는 것만으로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동영상을 인식해 정확히 3D로 구현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나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중소 상인들 역시 저렴한 비용으로 메타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메타버스는 잠재력이 매우 크지만 아직 비용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무엇보다 개발 비용이 너무 커서 훨씬 더 저렴한 예산을 갖고도 디지털 트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부는 또 투자자로서도 활동한다. 영국에서 상장한 알파웨이브, 센서 기업인 넥스트인풋, 컴퓨터 플랫폼 업체인 FLC테크놀로지 등이 그들이 투자한 대표 스타트업이다.

기술 예찬론자인 그들에게 인공지능(AI) 발전이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수타르자 창업자는 "혁신에는 완전한 자유가 필요하다"면서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이상 파괴적인 기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만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수십 년 전에 컴퓨터 발전을 규제했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아마도 오늘날 세상은 발전이 더 더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요 둔화로 반도체 경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큰 그림을 볼 것을 주문했다. 수타르자 창업자는 "전 세계 78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지구에 사는데 모두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한다"면서 "당장은 반도체 경기가 침체할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정말 엄청나게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 침체 조짐에 대해선 "오히려 전력 소모를 낮추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런 테크놀로지에 지금부터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기업을 위해선 무엇보다 팀 구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 창업자는 "훌륭한 팀을 만들려면 공정함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일을 하든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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