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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러, 탱크 지원 발표에 우크라 전역 공습…전투기 '금기'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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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주력전차(탱크) 지원을 발표한 하루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적어도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방이 피해 왔던 전차 지원이라는 금기가 깨지면서 전투기 지원 논의가 수면으로 올라왔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국가비상국은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11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건물 35채도 파손됐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발사한 미사일 55기 중 47기를 요격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남부 헤르손 지역 한 마을에 러시아 로켓이 마을 의회를 강타하며 12번째 사망자가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 공습 또한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겨울을 앞둔 시점부터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해 왔고 우크라이나인들은 겨울 내내 전기와 난방 부족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고 있다.

이날 공습은 전날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이 줄줄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을 천명한 뒤 이뤄졌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을 보면 26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럽과 미국 정부는 전차를 포함해 다양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이 이들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 우크라이나 내 적대행위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러시아 정부는 앞서 언급한 국가들과 나토 동맹이 하는 일을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1명이 사망한 수도 키이우에선 붐비는 출근시간에 공습 경보를 받고 시민들이 황급히 지하철역으로 대피했다.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공습을 당한 키이우 인근 흘레바카 주민 할리나 파노샨(67)은 집 한 쪽이 공습 탓에 거의 파손됐다며 "침실이 반대 쪽에 있어 살았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남부 자포리자에서도 3명이 사망했다. 전날 유네스코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에 등재한 서부 오데사 외곽에 대한 공습도 이뤄졌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오데사 등재가 "더 이상의 파괴로부터 이 도시를 지키겠다는 집단적 결의"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전차 지원이라는 금기가 깨지자 전투기 지원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방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전차 공급을 피해 왔지만 러시아의 봄 총공세가 예상되며 강력한 장갑차 공급에 이어 결국 전차 지원을 천명했다. 이달 중순 영국이 물꼬를 텄고 망설이던 미국과 독일이 25일 나란히 지원을 발표하자 독일제 전차 재수출 승인을 기다리던 다른 서방 국가들도 줄줄이 지원을 표명하며 미국제 M1 에이브럼스 및 독일제 레오파르트2 등 적어도 100대 이상의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의회의원은 26일 러시아 공습 뒤 소셜미디어(SNS)에 "우리는 F-16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전날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에 "서방의 전투기가 우리의 새로운 과제"라고 밝혔다.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상 연설에서 항공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전차 지원이 현실화 된 뒤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 CNN 방송은 유럽 국가들이 5세대 전투기인 F-35를 들이고 보유 중인 4세대 전투기 F-16을 처분하고 있는 시점에 우크라이나가 시의적절하게 F-16을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단 서방 주요국은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25일 전차 지원을 발표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투기를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미 백악관도 우크라 쪽의 전투기 지원 요구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확전 방지를 이유로 지원을 꺼려 왔던 전차 공급이 발표되자 전투기 공급 금기도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이 이전에 조작법을 익히는 것이 어렵고 유지 및 관리가 까다로운 점을 들어 F-16 지원이 어렵다고 밝혀 왔지만 이번에 미국이 공급 의사를 밝힌 M1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에 반대할 때도 같은 이유를 댔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보프커 훅스트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F-16 요청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것이며 지원에 "금기"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투기가 “방어용 무기”라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미국과 유럽 관리들이 전투기 지원 땐 우크라이나 쪽이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거나 러시아 영토를 공습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는 잘못된 판단이며 러시아의 방공 능력을 고려할 때 러시아 영토에 대한 타격은 어렵고 전투기의 주 용도는 러시아 순항 미사일과 자폭 무인기(드론) 격추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저스틴 브롱크 선임 연구원이 "전투기가 확전을 이끌 것이라는 생각은 크게 과장됐다"며 전투기가 지원된다면 "거의 전적으로 방어용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CNN은 우크라이나군이 기존에 사용해 온 소련제 전투기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F-16의 조작 및 유지 관리의 복잡성과 러시아의 방공망을 고려할 때 F-16이 도입되더라도 전쟁에서 "마법의 탄환"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프레시안

▲26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한 뒤 수도 키이우 인근 흘레바카 마을 주민들이 공습으로 무너진 이웃집 잔해를 치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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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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