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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민연금 적자 피하려면 … 2년 뒤부터 소득 20% 내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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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라진 국민연금 고갈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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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5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5년 전 4차 추계 때보다 소진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2033년부터는 만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990년생부터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지급 여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정권이 바뀌어도 매번 미뤄졌다. 이로 인해 연금이 고갈된 이후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지출 부담은 5년 전보다 더 늘어났다. 기금이 고갈된 이후 '바로 걷어 바로 주는'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국민이 부담할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급증해 2080년에는 34.9%(부과방식비용률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나면 이론적으로 매년 지급되는 연금 전체를 그해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충당하게 된다. 이때 부과되는 보험료율이 부과방식비용률이다.

부과방식비용률은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5년 26.1%를 시작으로 2098년까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5년 전 4차 계산 때보다 3~5%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다. 2080년 부과방식비용률이 34.9%라는 것은 2080년 기금이 고갈된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재정 지원이 없다면 월 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은 무려 105만원을 매달 국민연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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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인구구조 악화로 4차 계산에 비해 제도부양비가 높아짐에 따라 부과방식비용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언급한 제도부양비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와 비교한 노령연금 수급자 규모를 뜻한다. 이 비율이 100%를 넘어가면 연금 가입자보다 수급자 수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늘면서 비율이 현재의 24%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50년대에 100%를 넘고, 2078년 143.8%로 최고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급여 지출은 현재 1.7%에서 점차 증가해 2080년 처음으로 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GDP 대비 급여지출이 2023년 1.7%에서 점차 증가해 장기적으로 9%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적립기금 규모에 대한 시나리오별 필요 보험료율은 4차 재정 계산에 비해 1.66~1.84%포인트 증가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는 수지 적자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19.57%로 올리는 데 이어 2035년까지 22.54%로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는 월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인의 보험료율 부담을 현재의 27만원(회사와 본인 절반씩 부담)에서 2025년 59만원으로 32만원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개인이 내는 보험료가 월 소득의 10%에 육박하는 30만원에 달하게 된다.

연금개혁 논의의 기반이 되는 5차 재정추계 결과가 공개되면서 개혁 절차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기금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짐에 따라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더 얻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보다 한층 비관적인 전망이 담긴 이번 추계를 계기로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0년 내 15%까지 빠르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연구위원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도 이와 유사한 분석을 앞서 제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린다면 월 소득이 300만원인 직장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담(회사·본인 합산)이 현재의 27만원에서 45만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윤 연구위원은 "고갈 시점이 2년 당겨진 건 연금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의미"라며 "연금개혁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갔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MZ세대를 위한 개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보험료율을 10년 안에 (현재 9%에서) 15%까지 올려야 한다"며 "그래야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한 재정 안정화 조치를 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보험료율 15%로 비빌 언덕을 만들어놔야 추가 제도도 작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월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시산 추계 결과를 두 달 앞당겨 발표했다. 최종 추계 결과는 3월에 발표된다.

3월 발표될 최종 추계 결과에는 이날 발표된 추계 결과보다 한층 악화된 예측치가 담길 수 있다. 재정추계 핵심 변수인 출생률 가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할 때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전망치를 이용하는데, 이번 잠정추계에서는 출생률 저위·중위·고위의 3개 시나리오 중 '중위' 시나리오만 활용됐다. 중위 시나리오에서 출생률은 2024년 0.7명으로 바닥을 찍고 내후년부터는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악의 출생률 가정인 저위 시나리오에서는 고갈 시점이 2055년보다 수년 앞당겨질 전망이다.

[홍혜진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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