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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흑인 운전자 때려 숨지게한 경찰 5명 살인혐의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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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남부 테네시주에서 29세 흑인 운전자를 과잉 진압해 숨지게 한 경찰관 5명이 2급 살인 혐의(의도적 살인)로 기소됐다. 희생자인 타이어 니콜스는 경찰의 구타로 전신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3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3년 전인 미네소타주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경찰 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동아일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10일 사망한 타이어 니콜스(29)의 유가족 23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니콜스의 사망 직전 사진을 들고 있다. 얼굴에 피멍이 든 니콜스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의식이 없는 모습이다. 멤피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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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6일(현지 시간) 테네시주 쉘비 카운티(Shelby County) 지방검찰청은 멤피스에서 교통 단속을 하다 니콜스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경찰관 5명 전원에 대해 2급 살인 혐의 및 가중 폭행, 납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5명은 모두 흑인이며 지난주 해고돼 전직 경찰 신분으로 재판받게 됐다. 2급 살인은 명확한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타인을 숨지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유죄가 인정되며 15년~6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NYT에 따르면 니콜스는 7일 오후 멤피스 교외의 공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경찰의 교통 단속에 적발됐다. 집에서 불과 9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었다. 경찰관 5명은 니콜스를 전기 충격기와 후추 스프레이로 제지한 후 심하게 구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스 측 변호사는 “경찰은 무방비한 니콜스를 ‘인간 피냐타’처럼 3분 동안 야만적으로 구타했다”고 말했다. 피냐타는 선물이 안에 들어 있는 인형으로 이 인형을 꺼내기 위해선 막대기 등으로 때려 터트려야 한다.

희소병인 크론병을 앓던 니콜스는 경찰에 제압되는 과정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일 만인 10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니콜스가 병원에 이송된 후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얼굴에 피멍이 가득했다고 했다. 유족 측은 “부검 결과 니콜스의 몸에서 심각한 구타 흔적으로 보이는 광범위한 출혈이 발견됐다”며 “니콜스는 4살 된 아들의 아버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나 무방비상태에서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니콜스가 난폭 운전을 해 단속했으나 그가 도주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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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타이어 니콜스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니콜스의 부모를 비롯해 지역사회 주민들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 멤피스=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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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스가 경찰관들의 폭행으로 끝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미 전역에서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후 불과 3년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해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전국적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CNN에 따르면 뉴욕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덴버 등 미국 전역에서 경찰은 니콜스 사건 관련 대규모 시위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니콜스의 가족과 멤피스 지역사회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니콜스의 사망 경위에 대해 신속하고 완전하며 투명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다”고 말했다. 이어 조지 플로이드 사건 당시 경찰 개혁 법안 처리를 의회에 요구했으나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언급하며 “개혁을 진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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