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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노량진 킹크랩 사와"…새신랑 극단선택 내몬 장수농협 상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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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전북 장수농협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 이용문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25일 전북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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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최근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 근무하던 결혼 3개월 차 새신랑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 선택한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고인의 가족이 자세한 내막을 전해 안타까움을 샀다.

26일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에서는 전북 장수농협 직원이었던 고(故) 이용문씨의 남동생 이진씨와의 인터뷰가 전해졌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용문씨의 악몽은 지난해 1월 그가 일하던 장수농협에 센터장 권모씨가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동생 진씨는 용문씨가 수개월 동안 인격모독, 조롱성 발언 등으로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금품갈취 정황도 있었다고 했다.

권씨의 "서울 노량진에 가서 킹크랩을 사오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에 용문씨는 전북 장수에서 택시를 타고 사비로 킹크랩을 사 와야 했다. 권씨는 또 평소 대장·항문 질환을 앓던 용문씨의 개인 동선을 CCTV로 일일이 파악하고 악질적인 사생활 침해로 괴롭힘을 이어갔다.

주변 직원들도 권씨의 괴롭힘을 방관하고 묵인했으며 고인은 직장 동료들의 따돌림 속에 철저하게 고립됐다. 용문씨는 지난해 9월 27일 결혼을 2주 앞둔 상황에서 1차로 극단 선택을 시도했지만 그때는 다행히 무사히 발견됐다.

농협 측은 이를 계기로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12월 5일 정식 조사 결과, 심의위원회는 권씨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무혐의 판단의 근거가 된 조사결과보고서는 권씨와 지인 사이였던 노무사가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고, 용문씨의 가족은 노무사가 가해자와 함께 피해자가 모은 증거를 인멸시켰다고 보고 있다.

진씨는 "형이 확실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본인 업무용 PC에 시간, 날짜, 초 단위까지 세세하게 기록해둔 일기가 있었다. 가해자들의 행동들, 말투까지도 다 기록해둔 것이었다. 형은 노무사를 믿고 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 전했고, 조사기간 동안 유급 휴가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갔는데 휴가에서 돌아온 후 컴퓨터가 다 폐기 처분돼 없어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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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는 회사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에도 분개했다. 인사 발령을 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용문씨는 사망 2주 전부터 가해자들과 계속 한 공간에서 일해야 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왔지만 가해자 권씨는 물론 조합장, 노무사 그 누구도 지금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사과도 없는 상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없었다.

진씨는 형을 순진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학창시절부터 운동을 해 레슬링 선수로서 주장도 맡았으며 전국 체전에서 메달도 많이 땄을 정도로 리더십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진씨에 따르면 용문씨는 권씨가 부임하기 전까지 5년간 문제없이 근무해왔고, 직원들이 용문씨 집에 놀러와 부모님과도 알고 지냈을 만큼 재밌는 회사생활을 해왔다.

동생 진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형처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인 폭력도 있겠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가장 심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법이 확실하게 개정돼 모든 사람이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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