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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허위 뇌전증' 병역브로커, 첫 재판서 혐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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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허위 뇌전증' 진단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도운 브로커 구모씨(47)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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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27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를 받는 병역브로커 구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정에 출석한 구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또, 병역면탈자 진료기록, 상담내용 등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 역시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구씨 측은 "수사단계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자백했다"며 지난해 12월21일 구속기소된 이후 협조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고 있으니 이를 양형에 참작해 줄 것을 주장했다. 구씨는 지난 17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혐의를 인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구씨 측은 "단순하게 피고인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뇌전증에 대한 병역판정 기준의 보강과 강화를 통해 병역면탈 발생을 막아야 한다"며 병역판정 기준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구씨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병역의무자에게 '허위 뇌전증'을 진단받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발급한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게 해 이들의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비 명목으로 수 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뇌전증의 경우 뇌파나 MRI 전파 등 전파 진단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50%에 이르며, 전파 검사에서 발각되지 않더라도 1년 이상의 치료기간을 거치면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또, 구씨는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에 병역 관련 상담 카페를 만들고 상담의뢰자들에게 증상이 없음에도 뇌전증을 진단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7명의 병역의무자들과 병역면탈을 도모했다. 그는 '국군 국방행정사 대표'라는 활동명으로 2018년 12월부터 네이버 블로그와 지식인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현재 기소된 병역면탈자 외에 또 다른 면탈자들이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양형심리에 질문이 있냐는 조 판사의 질문에 검찰은 "합동수사팀이 수사하고 있는 다른 병역면탈자 중 추가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구씨 측은 의견서를 통해 별건이 없다고 주장했다.

'허위 뇌전증' 진단 수법으로 병역을 면탈했다고 시인한 프로배구팀 OK금융그룹 조재성 선수(28) 외에도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 프로축구 선수 등이 구씨의 의뢰인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구씨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3월22일 오전 10시40분이다.

한편 전날 검찰은 구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활동한 또 다른 병역브로커 김모씨(37)와 병역 면탈자 15명, 기타 공범 6명 등 총 22명을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뇌전증 증상을 거짓으로 꾸민 허위진단서를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한 혐의를 받는다. 병역면탈자 15명 중에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프로게이머 출신 명문팀 소속 코치 A씨(26), 의사, 골프선수 등도 포함돼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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