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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뇌전증 ‘병역 브로커’ 첫 재판서 혐의 인정하며 “제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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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총 7명과 병역 면탈 공모”

변호인 “처벌보다 병역판정 제도 개선 중요”


한겨레

뇌전증 허위 진단서로 병역 면제·감면해준 혐의를 받는 병역브로커 구아무개(47)씨 블로그에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신체검사 결과서(왼쪽)와 의뢰인으로부터 받았다는 카카오톡 메신저 캡처가 올라와있다. 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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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병역의 신’이라고 홍보하며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해 병역을 피하게 도운 브로커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27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병역 브로커 구아무개(47)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자신을 군 수사관 출신이라고 밝힌 구씨는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병역 관련 행정사무소를 운영하며 7명의 병역의무자들에게 의료기관에서 거짓으로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한 사람당 수천만원씩 챙긴 혐의를 받는다. 아이돌 출신 래퍼 라비(31)와 대형 로펌 소속 법조인의 아들 등도 구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뇌전증을 꾸며내 병역을 기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구씨는 행정사로 일하며 뇌전증의 경우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약물치료를 받으면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활용해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다”며 “총 7명의 병역 면탈자와 공모해 실제 뇌전증 증상이 없음에도 허위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실제 구씨와 공모한 병역 면탈자 중 한 명은 이러한 수법으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재검 대상인 7급 판정을 받고, 구씨에게 1000만원의 대가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구씨 쪽은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추가 병역 면탈자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재판에서 구씨 쪽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모든 혐의를 자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이 사건 병역 면탈자들이 범행을 부인할 경우 대질조사에도 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만이 아니라, 병역 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객관적인 병역판정 제도 도입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구씨를 통해 병역을 기피한 병역 면탈자들을 계속 수사하고 있고, 추가로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병역 면탈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병역 비리를 수사해 온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체육계·연예계·법조계 인사 등 70∼100여명을 대상으로 병역 면탈 여부를 수사하고, 구씨와 같은 ‘병역 행정사’들의 병역법 위반 행위가 더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26일엔 또 다른 병역 브로커 김아무개씨를 구속 기소하고, 그에게 병역 면탈을 의뢰한 15명과 공범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3월22일 열린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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