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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10대 '기아차 훔치기' 유행인데…되레 기아차 고소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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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021년 무렵 '기아 보이즈'라는 이름의 틱톡 계정이 기아차를 절도하는 방법을 찍어 올리면서 기아·현대차가 10대 절도의 표적이 됐다. 유튜브·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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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기아차를 가지러 간다!”

지난해부터 미국 10대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미디어(SNS) 틱톡 ‘기아 보이즈’ 계정. 영상 속 청년은 이런 말과 함께 검은 장갑을 낀 채 운전대를 이리저리 꺾으며 밤길을 질주했다. 기아 보이즈는 미 청소년들 사이에 위험천만 ‘차량 절도 놀이 챌린지’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미 사회의 골칫덩이로 부상했다. 특히 지정된 자동차 키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설계된 보안 장치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기아차, 현대차가 주요 표적이 됐다. 지난해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만 현대·기아차의 절도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각각 5배(503%), 3.6배(363%) 증가했을 정도다.

이에 시애틀시가 “차량 절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며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킹5뉴스·KCBY 등 지역 뉴스들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애틀시는 지난 24일 워싱턴 연방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현대·기아차는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차량을 생산해 편법과 비용 절감을 선택하는 대신 고객과 대중을 희생시켰다”며 “이로 인해 우리 시의 경찰은 막대한 차량 도난 사건에 투입되고 있고, 납세자들은 절도에 따른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현대·기아차 일부 차종에 보안 장치인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장치가 없는 차량은 절도범에겐 ‘봉(a sitting duck)’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미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기아차는 2011~2021년, 현대차는 2015~2021년도 생산분까지 이모빌라이저가 설치되지 않은 채 판매됐다.

이와 관련 시애틀시 소속의 앤 데이비슨 검사는 KCBY뉴스에 “소셜 미디어(SNS)에 기아차를 훔치는 방법이 올라오면서 이게 일종의 방아쇠가 됐다”며 “SNS에 절도 방법이 유행하면서 도난 건수가 극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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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무렵 '기아 보이즈'라는 이름의 틱톡 계정이 기아차를 절도하는 방법을 찍어 올리면서 기아·현대차가 10대 절도의 표적이 됐다. 유튜브·트위터 갈무리



2020년 말 10대들이 주축이 된 ‘기아 보이즈’는 틱톡 계정에 “기아차 훔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차량을 절도하는 영상을 올렸다. 주인 없는 차량에서 드라이버와 간단한 소프트웨어, 이동식저장장치(USB)로 시동을 거는 방법이었다. 이 영상은 3300만건 이상 조회됐고, 10대들 사이에서 기아·현대차를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훔치는 놀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틱톡·유튜브 등 SNS에 10대 무리가 대낮 주택가에서 차량 3~4대를 위험하게 몰거나, ‘기아 보이즈’라는 글귀를 차에 남겨놓은 영상이 올라왔다.

시애틀시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2021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기아차는 30배 이상, 현대차는 15배 이상 차량 절도 신고가 접수됐다. 2019년 현대·기아차는 이 지역의 도난 차량 가운데 6%에 불과했지만, 2020~2021년에는 전체의 66%로 급증했다.

절도 차량 가운데는 국토안보부 소유의 2017년식 소나타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애틀시는 소장에서 “차량 내부에는 소총과 탄약, 방탄복이 있었다”며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앞서 위스콘신주 밀워키, 오하이오주 등에서도 차주들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대차는 소송과 관련해 킹5뉴스에 “이번 소송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하다”며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2021년 11월 현재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표준으로 지정했으며, 차량의 도난을 막기 위해 고객에게 무료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고 반박했다. 기아차도 “완벽한 도난 방지 차량은 없지만, 기아는 향상된 보안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테스트를 포함해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을 위한 추가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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