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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자칭 ‘병역의 신’ 허위 뇌전증 병역 브로커, 첫 재판서 “혐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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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측 “처벌보다 병역 면탈 방지 위한 제도 개선이 중요” 주장도

조선일보

서울남부지방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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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로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해 7명의 병역 기피를 도운 브로커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27일 오전 11시 병역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병역 브로커 구모(47)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병역 의무자들에게 의료기관에서 거짓으로 뇌전증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대가로 한 사람당 수천만원씩 챙긴 혐의로 지난 21일 재판에 넘겨졌다. 구씨는 자신을 ‘병역의 신’이라고 칭하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 병역 판정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구씨가 알려준 방법대로 뇌전증을 꾸며내 병역을 기피한 이들 중에는 프로 배구선수 조재성씨와 아이돌 그룹 출신 래퍼 라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구씨는 실제 뇌전증 증상이 없더라도 뇌파 검사를 왜곡하거나 지속적으로 발작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뇌전증을 꾸며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활용해 병역 의무자들로부터 돈을 벌기로 마음 먹었다”며 “실제로 7명의 병역 의무자와 공모해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병무 기록이 취업 등 사회 생활에 영향력이 큰 공기록이라며, 구씨가 병역의무 관련 사실이 병무 시스템 기록에 잘못 기재되도록 한 혐의도 적용했다.

구씨 측 변호인은 “구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범행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구씨는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선량한 사회구성원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도 했다.

또한 구씨 측 변호인은 “구씨의 처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전증의 병역 판정 기준을 새로 정립해 제도적으로 병역 면탈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구씨를 통해 병역을 기피한 병역 면탈자들을 계속 수사하고 있고, 추가로 기소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구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3월 22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린다.

[김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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