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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헝가리식 저출산대책이 출산율을 끌어올린다?”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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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맘스홀릭베이비페어’에서 참관객들이 출산용품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던 지난 5일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출산시 전세대출이나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원금을 탕감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발언은 원금 탕감을 포함한 헝가리의 저출산 대책이 결혼율을 20% 끌어올렸다는 나 전 의원의 과거 언론인터뷰와 묶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나 전 의원이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정책이 출산율을 끌어올렸다’고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의 당시 직위를 감안하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파격적인 소득 지원 정책으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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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연도별 결혼건수 <자료::헝가리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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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헝가리 통계청 통계를 확인한 결과 헝가리의 저출산 대책 시행 후 결혼건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은 맞습니다. 헝가리는 2018년 7월부터 예비신부가 41세 이하인 커플이 결혼을 하면 약 1000만포린트(약2만6000달러)를 대출해주고 5년내 첫 자녀 출산시 무이자 전환, 둘째 출산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시 원금 전액을 탕감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후 헝가리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5만 828건이었던 혼인건수는 2021년 7만 2030건으로 약 42% 가량 늘어났습니다.

다만 결혼 증가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출산율 상승을 이끌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18년 1.491명이었던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수는 지난해 1.530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상승했지만 증가율은 2.6%에 불과했습니다.

아울러 헝가리가 기존에도 공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던 것을 감안하면 출산율 증가가 ‘대출 탕감’ 정책의 결과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2014년 1.332명이었던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수는 2017년 1.459명으로 10% 넘게 오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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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여성 1인당 출생아수 및 연도별 변화 <자료: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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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출산율과 주거비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국가에선 가계 소비에서 주택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출산율이 낮아집니다. 분석 결과 주택 지출 비중이 1% 늘어나면 여성 1인당 출생아수는 약 0.014명 줄어듭니다.

매일경제는 나 전 위원의 일련의 발언과 함의에 대해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헝가리의 대출원금 탕감 정책이 출산율 변화를 이끌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주거 문제가 출산율 증감과 상관관계가 있는만큼 정책 효과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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