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이슈 세계 속의 북한

美 정보당국자 "핵·미사일 고도화, 김정은 선택지 넓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대응 못하는 수준의 행동도 가능해질 것"

北 무기의 고속 발전·개량에 강한 우려 표시

"美 의지는 확고… '확장억제 강화'로 맞서야"

북한의 핵·미사일이 나날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이런 강력한 무기의 보유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보다 훨씬 더 큰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의 분석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머지않아 북한의 도발이 미국의 대응 능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시드니 사일러 북한 담당관.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 국가정보국장(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의 시드니 사일러 북한 담당관은 26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온라인 대담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이 새로운 무기와 역량의 개발, 그리고 시험과 훈련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일러 담당관은 “김정은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고 있다”며 “곧 우리(미국)가 전혀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의 행동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북한은 사거리만 놓고 보면 미 본토를 타격하는 것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태평양 너머로 발사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1968년 북한이 미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를 원산 앞바다 공해상에서 나포한 이른바 ‘푸에블로호 사건’ 55주년을 앞둔 지난 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만약 제2의 푸에블로호가 우리(북한) 영해에 또다시 들어온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진 뒤 “우리의 자주적 존엄을 건드린다면 이번에는 적의 항구도시나 비행장 정도가 아니라 도발자, 침략자의 땅덩어리를 통째로 없애버리겠다는 조선의 대적의지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쏘겠다는 협박인 셈이다.

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한국에선 ‘과연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이 쏜 핵미사일이 미 본토에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려고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미 행정부는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 등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하며 ‘한국을 방어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철통같다’는 점을 강조하는 중이다.

사일러 담당관 역시 현재로선 확장억제 강화가 유일한 해법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도 한·미동맹의 압도적 힘과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가 북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를 강화하면 북한이 다시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생각해 실망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역량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 자체가 반드시 우리가 우려할 정도로 긴장을 키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해 봄부터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포착한 한·미 정보당국은 그간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모두 끝내고 김정은의 최종 결심만 남은 상태”라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7차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북한이 화성-17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며 외신에 제공한 사진. 이 미사일은 사거리가 1만5000㎞로 추정돼 이론상 미국 본토 타격도 가능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일러 담당관은 “김정은이 아직은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북한의 목적이 단지 핵 위협을 과시하는 것이라면 핵실험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며 “핵실험을 하면 확실히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에 다시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중에는 북한이 지난 6차례 핵실험을 통해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진전을 이룬 만큼 당장 7차 핵실험이 필요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이가 많은데 사일러 담당관 역시 그와 비슷한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능력 과시는 지난 6차례 핵실험으로도 이미 충분하고, 또 지금 핵실험을 하면 가뜩이나 코로나19와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어려운 북한 경제만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중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