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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이' 세계 1위에도 "또 신파야" 혹평…K-드라마는 먹혔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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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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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국산 영화 '정이(JUNG_E)'의 질주가 뜨겁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릭스패트롤 집계에서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25일 넷플릭스의 공식 집계인 '톱10'에서도 1월 셋째 주(16~22일) 비영어 영화 1위를 차지했다. 20일 공개 후 불과 사흘 만에 누적 시청 1930만시간을 기록했다.

그간 역대급 흥행작을 쏟아낸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는 부진했다. 정이의 흥행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선 혹평이 우세하다. 드라마를 내세워 콘텐츠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지만, 영화에선 힘을 못 쓰는 넷플릭스의 숙제가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는 14편가량인데, 이중 아마존닷컴의 글로벌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 평가에서 최고점을 기록 중인 작품은 지난해 10월 공개된 '20세기 소녀'(7.3)였다. 첫사랑과 청춘의 아련함, 20세기 말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적 준수한 평가를 얻었고, 첫 4주간 누적 시청 3450만 시간을 기록하며 흥행 지표도 괜찮았다.

IMDb 평점 7점대를 넘은 또 다른 작품은 2020년 11월에 공개된 '콜'(7.1)이 있었다. 전종서·박신혜 등 배우들의 연기력과 더불어 영상미와 사운드 등의 연출이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7점대의 20세기 소녀와 콜, 두 작품 모두 방우리·이충현 감독의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라는 게 의외의 공통점이다.

반면 다른 영화들은 4~6점대를 오간다. 영화 '승리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극장 개봉을 연거푸 미루다 2021년 2월 결국 넷플릭스 독점 공개로 돌아섰는데, 국내 평단(네이버 기자·평론가 평점 7.25)에서는 호평을 얻었지만 IMDb에선 6.5점으로 범작 수준에 그쳤다. 한국 SF의 성취에 주목한 국내 시각과 달리 헐리우드 작품 어딘가에서 본듯한 캐릭터와 특유의 신파·유머 코드가 글로벌 관객들에는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첫 4주간 누적 시청 5334만 시간을 기록하며 흥행 측면에선 성공했다.

지난해 8월 잇달아 공개된 '카터(5.1)'와 '서울대작전(5.5)'은 모두 5점대였다. 카터는 독창적 액션 연출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넷플릭스여서 가능한' 작품이란 평가를 얻었지만 각본과 CG 등에서 혹평을 받았다. 서울대작전도 레트로 감성의 레이싱물로 기대를 한껏 모았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카터는 첫 4주 간 6539만 시청 시간으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 중에선 최고 흥행을 기록한 반면 서울대작전은 1963만 시간에 머물렀다.

현재 화제작인 영화 정이도 IMDb 5.4점(25일 기준)에 그친다.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은 데다 고(故) 강수연 배우의 유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 빈약하고 특유의 신파 코드에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 22세기 '전설의 용병' 정이(김현주)가 뇌 복제를 통해 전투 AI(인공지능)로 활용된다는 설정인데 "애초에 복제한 뇌를 활용하는데 AI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김상균 경희대 교수)라는 반응도 있다.

넷플릭스 한국 영화들의 부진은 한국 드라마의 질주와 비교된다. 첫 4주간 16억5045만 시간 시청으로 넷플릭스의 역대 최고 흥행작인 '오징어 게임'은 IMDb 평점도 8점을 기록했다. 또 넷플릭스 비영어TV 부문 역대 4위 흥행작인 '지금 우리 학교는'은 7.5점, 5위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무려 8.9점이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편차가 큰 이유로는 코로나19 한파에도 불구하고 영화계의 주도권은 여전히 극장 중심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드라마의 경우 이전부터 방송사와 전문 제작사 등이 주도해 왔던 만큼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이 TV에서 OTT로 바뀐 것뿐이고, 오히려 다양한 소재를 시도하고 PPL(간접광고)도 사라지면서 작품의 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반면 영화의 경우 '꿈의 무대'는 여전히 극장이다. 최근 들어 유명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들이 '극장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것도 현실이다. OTT 이용자 선호도를 고려해 이른바 '팝콘무비' 중심의 오락물을 주로 제작하거나, 헐리우드 대비 한국 영화계의 경쟁력이 부족한 SF 등 장르물이 지속해서 시도되는 것 역시 넷플릭스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한편 넷플릭스는 올해도 정이를 시작으로 총 6편의 한국 영화를 공개하며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우선 내달 17일 천우희·임시완 주연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 전도연·설경구 배우가 나서는 액션 누아르 '길복순', 마약 조직의 실체를 쫓는 범죄 액션 '독전 2'에 이어 전종서·김지훈 주연의 '발레리나' 이병헌·유아인 주연의 '승부', 김다미·박해수 주연의 '대홍수'가 뒤따른다. 넷플릭스는 "올해는 넷플릭스와 한국 영화계의 동행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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