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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고체에서 액체로, 다시 고체로…터미네이터 ‘T-1000′ 현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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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연구진 개발한 초소형 로봇

자성 띤 금속으로 발열, 상태 변이

체내 약물전달 등 정밀작업에 활용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주인공을 뒤쫓는 로봇 T-1000이 자신의 몸체를 흐물흐물 액체 금속으로 변형시켜 쇠창살을 통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T-1000처럼 현실에서도 고체와 액체로 변형이 가능한 초소형 금속 로봇이 개발됐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카네기멜론대와 중국 중산대 등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매터’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레고 인형과 비슷한 모양의 고체 금속 로봇(키 1㎝)을 제작해 창살 감옥처럼 만든 공간에 가뒀다. 이어 로봇에 자기장을 가하자 몸체가 녹듯 액체로 변하기 시작했고, 약 3분 후에는 완전한 액체로 변해 갇힌 공간을 빠져나왔다.

액체 상태로 변한 로봇은 실온에서 80초 만에 고체 형태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고 원래 레고 인형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액체로 변해 창살 밖으로 나오고 다시 원래 고체 모습을 되찾기까지 503초가 걸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액체 금속이 처음 모습의 고체가 될 때에는 인형 형태를 갖출 틀이 필요했다.

이처럼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형상 변화의 비결은 녹는점이 낮은 갈륨과 자성 입자에 있다. 연구진은 녹는점이 섭씨 30도에 불과한 금속 갈륨에 자성 입자를 더해 로봇을 만들었다. 여기에 자기장을 가해 로봇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도록 했고, 녹는점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자 로봇이 액체로 녹아내린 것이다.

자성 입자는 온도를 높여 갈륨을 녹이는 형상 변화를 일으키는 데 사용됐고, 자기장을 활용해 로봇을 이동시키는 데도 쓰였다. 이런 방식으로 T-1000처럼 반으로 쪼개거나 다시 합치고, 움직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금속 로봇이 체내 이물질 제거나 약물 전달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나사를 조일 필요 없이 액체 금속으로 고정하거나, 회로기판 납땜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고체와 액체 상태 변화를 빠르고 가역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위장의 이물질 제거와 같은 의학은 물론이고 스마트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용도 확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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