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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의사 로스쿨 시험 모두 붙었어요”…알고보니 사람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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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MBA 운영관리 시험서 B학점
로스쿨 시험에서는 C+ 로 통과
의사면허 샘플 문제 봤더니 모두 통과

AI가 단순업무 아닌 고학력 일자리 위협
학습에 이용한 데이터 저작권도 논란


매일경제

챗GPT가 답변한 “행복해 지는 최고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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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한 오픈AI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챗GPT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챗GPT 가 인간에 버금가는 언어능력을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맥 혁신경영연구소의 크리스천 터비시 교수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챗GPT가 와튼 MBA를 수료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챗GPT는 와튼스쿨 MBA의 필수 교과목인 ‘운영관리’ 기말시험에 응시했고, ‘B-’에서 ‘B’ 학점 사이를 받았다. 웬만한 학생 수준의 우수한 점수다. 터비시 교수는 “챗GPT는 설명력이 특히 뛰어났고 사람이 정답에 대한 힌트를 주면 이를 수정하는 것도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챗GPT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시험도 통과했다. 24일 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의 조나단 최 교수는 일반 로스쿨 학생이 치는 것과 동일한 시험을 챗GPT가 응시하도록 했다. 객관식 문항 95개와 에세이 문항 12개로 이뤄진 학생들이 보는 것과 동일한 시험문제다. 이 시험에서 챗GPT는 C+ 점수를 받았다. 최하위권의 점수지만 과목을 수료할 수 있는 점수다. 최 교수는 “작문시험에서 챗GPT는 기본적인 법률에 대한 지식을 갖고서 이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챗GPT가 의사면허 시험을 통과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의료 스타트업인 앤서블헬스 연구진은 챗GPT 를 통해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을 실시한 결과 모든 시험에서 50% 이상 정확도를 보여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이번 실험은 의대생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스텝1, 의대생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스텝2, 전공의 1년차를 대상으로 하는 스텝3의 문제를 풀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USMLE 홈페이지에 공개된 376개의 문제 샘플 중 챗GPT 가 인식할 수 있는 텍스트 기반의 문제 305개를 연구에 사용했다. 연구를 진행한 앤서블헬스의 빅터 쳉 박사는 “챗GPT는 특별한 교육 없이도 3개 시험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챗GPT 가 작문이나 객관식 시험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음이 밝혀지자 미국의 학교에서는 챗GPT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에서는 지난 5일부터 챗GPT의 사용이 금지됐다. 챗GPT로 쓴 글을 식별해내는 ‘제로GPT’라는 서비스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직접 학습을 해야하는 학생들이 챗GPT 에 의존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챗GPT의 우수한 성적은 화이트칼라 일자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MBA, 로스쿨, 메디컬스쿨은 모두 많은 학습이 필요한 고연봉 지식노동자들을 배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가 지식노동자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에는 AI가 단순노동과 반복적인 업무에서 인간을 해방시킬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지식노동자, 디자이너 같은 창의적이고 고연봉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도 AI가 화이트칼라 직업을 대체한다는 것은 뜨거운 논란이었다. ‘AI와 화이트칼라 직업’이라는 세션에서 AI가 화이트칼라 직원 1명을 완전히 대체할 수 는 없지만 이들의 일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자동화업체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미히르 슈클라 CEO는 “앞으로 95%의 일자리는 AI봇의 도움을 받으면서 일하게 될 것”이라면서 화이트칼라 직업이 생성형AI 로 인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만큼이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저작권이다.

AI 를 학습하는데 사용되는 데이터 중에 저작권 침해가 많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저작권 이미지 기업 게티이미지는 대표적인 생성형AI 모델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만든 회사인 ‘스태빌리티AI’에 소송을 제기했다. 게티이미지는 ‘스태빌리티AI’가 모델을 만드는데 학습하는데 사용한 이미지 중에 게티이미지가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 수백만장이 있었고 이를 라이선스를 지불하지 않고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창작자들도 소송을 제기했다.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인 사라 안데르센, 켈리 매커넌, 칼라 오티즈는 스태빌리티AI와 이미지 생성 AI인 미드저니를 고소했다. 이들은 생성 AI로 발생한 피해를 창작자들에게 보상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사용 중지 가처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MS의 소스 코드 생성 AI인 ‘깃허브 코파일럿’의 이용자들이 MS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MS가 소유한 개발자 커뮤니티인 깃허브에 사용자들이 남긴 코드를 학습했는데 이 것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I 학습에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를 하나하나 저작권을 검토해야할 경우 AI 발전이 저해될 수 밖에 없다. 챗GPT의 경우 인터넷의 텍스트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학습했기 때문에 여기서 저작권 위반한 것이 밝혀질 경우 이에 대한 소송에 노출될 수도 있다.

손민지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AI 학습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학습하는 경우, 그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크롤링을 하면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하지만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자들이 그 사실을 알기 어렵고. 저작권 위반은 친고죄이므로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하는데, 피해를 받았다는 것 자체를 알기 어려워서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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