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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대한민국 연구 현장

모래밭도 거침없다…국내 연구진, 고성능 사족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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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황보제민 교수팀 개발 ‘라이보’

모래밭서 초속 3m로 달려···27kg 중량

험지 순찰·재난 현장 구조에 활용 기대

경향신문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이 개발한 사족 로봇이 해변의 모래사장을 달리고 있다. 카이스트 제공


국내 연구진이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개 형태의 사족 로봇을 개발했다. 험지를 순찰하거나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찾는 일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은 모래밭처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양새가 변하는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사족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최신호에 실렸다.

‘라이보’라는 이름이 붙은 연구진의 사족 로봇은 중량 27㎏에 대형견 수준의 덩치를 지녔다. 동력은 몸체에 내장된 배터리를 통해 작동하는 전기모터에서 얻는다. 다리에는 관절이 달려 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이 로봇의 성능이 잘 나타난다. 해변을 안정적인 자세로 걷는가 싶더니 일순간 모래를 흩뿌리며 질주하기 시작한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발이 잠기는 모래사장에서 최고 초속 3.03m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열심히 조깅하는 속도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풀밭이나 침대 매트리스, 육상 트랙에서도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카이스트(KAIST) 황보제민 교수팀이 개발한 사족 로봇이 다양한 지형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 로봇은 발이 빠지는 모래 사장에서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뛸 수 있도록 고안됐다.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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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년 새 사족 로봇은 과학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바퀴로 이동하는 운송 수단과는 달리 비포장도로를 거뜬히 다닐 수 있어서다. 구덩이에 바퀴가 빠져 올짝달싹 못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로봇의 걸음걸이를 최적화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과학계에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지형에서 일어날 법한 보행 사례들을 저장해 두고, 이를 통해 로봇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걸음걸이를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연구진은 새로운 수학적 기법을 적용해 이 시뮬레이션의 양과 질을 크게 끌어올렸다. 작은 알갱이인 모래가 힘을 받을 때마다 모양새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양하고 정밀하게 예측했다.

연구진이 만든 사족 로봇이 모래사장에서 발이 빠지는데도 뒤뚱거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걷거나 뛸 수 있는 이유다. 모래사장을 이렇게 질주하는 건 다른 해외 연구진이나 기업이 만든 사족 로봇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능력이다.

연구진은 로봇에 인공신경망 기술도 넣었다. 모래를 밟을 때마다 나타나는 지형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다리의 관절을 펴거나 구부리는 수준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황보 교수는 “이 로봇은 향후 공장이나 병영 등에서 순찰을 하거나 몸통에 팔을 달아 물류 운송을 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난 현장에 투입해 인명을 구조하는 데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약 3년 뒤 이번 사족 로봇 기술을 상용화 단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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