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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인도 정부 모디 총리 비난한 BBC 다큐 차단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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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02년 힌두교 폭동 조장' 결론 공개하며
세계 최대 민주국 인도의 독재화 비난 내용
인도 정부 'BBC 식민주의 사고' 비난하며
소셜미디어 검열…대학 상영회 강제 해산
뉴시스

[코치=AP/뉴시스]인도민주청년전선이 24일 인도 코치시의 버스 터미널 밖에서 인도 정부가 상영을 금지한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인도 모디의 문제"를 공개 상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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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통용되는 인도에서 영국 BBC방송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하도록 정부가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주 이슬람 주민 1000여 명이 사망한 2002년 폭동 사건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큰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를 인도 국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 행동에 나섰다.

인도 당국자들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유투브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 오르지 못하도록 비상명령을 내렸다. 인도 외교부는 BBC 방송에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만든 “선전물”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모디 총리가 속한 바라티야 자나타당(BJP) 소속의 한 의원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 “반역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24일 저녁 인도 당국이 다큐멘터리 상영을 막기 위해 뉴델리의 명문 자와할랄 네루대 학생조합 건물의 전기를 끊었으나 이를 계기로 전국 각지의 대학교에서 상영하려는 시도가 촉발됐다.

뉴델리의 다른 대학교인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교가 25일 다큐멘터리 상영을 발표하자 경찰이 급습해 주동자들을 체포했으며 최루탄으로 무장한 폭동 진압 경찰이 대학 캠퍼스에 배치됐다.

디지털 권리 보호단체인 액세스 나우(Access Now)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 라만 지트 싱 키마는 인도 정부의 행동이 인도에서 시민 자유가 악화하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주목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 정부가 정치적 혼란기에 콘텐를 차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 방송은 지난 17일 “인도: 모디의 문제”라는 2부작 다큐멘터리의 1부를 처음 방영했다.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인 인도가 모디 총리에 의해 권위주의 국가로 바뀌고 있다는 내용이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워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모디 총리는 2019년 재선했다.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의 1부는 모디 총리의 초기 경력과 힌두 민족주의 단체 라슈트리야 스와얌세박 상(RSS)에서 부상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모디 총리는 2002년 힌두 순례자 59명이 기차 화재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폭동이 발생한 구자라트주의 주지사였다. 당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가 사건을 모의했다며 이슬람 마을을 공격했다.



BBC는 살인, 강간, 주택 파괴를 이슬람 주민 “인종청소”로 묘사한 2002년 영국 외교 전문을 처음 공개했다. 영국 당국자들은 전문에서 힌두 민족주의 단체가 “주정부의 비호 아래” 폭동을 사전 모의했다고 밝히고 모디가 폭동 주동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 폭동을 촉발한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모디 총리에 대한 비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폭동을 확대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으며 인도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증거가 불충분해 그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미 국무부는 2005년 모디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후 미 정부는 인도를 아시아 정책의 핵심으로 간주하면서 모디 총리를 미국에 초청했다.

BBC 다큐멘터리는 영국에서 방영되고 인도에서는 방영되지 않았으나 모디 총리 정부가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해왔다.

인도 외교부 아린담 바그치 라셰드 대변인이 “인정하기 어려운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선전물”이라면서 BBC가 “식민주의적 사고 방식”에 입각한 정치적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도 정보 및 방송부 보좌관 칸찬 굽타는 2021년 제정된 검열법에 따라 모든 소셜 미디어에 다큐멘터리 등재를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했다.

BBC 방송은 성명을 발표해 다큐멘터리가 “광범위한 취재”를 거쳐 제작됐으며 인도 정부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인도에서는 암호화 메시징 앱인 텔레그램을 통해서만 동영상을 볼 수 있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와 휴대용 저장장치로 동영상이 유포됐다.

지난 24일 밤 9시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에서 동영상 시청을 위해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학생회관에 모였으나 8시30분 단전됐다. 그러자 학생들은 동영상을 휴대폰에 내려 받을 수 있는 링크를 공유했으나 곧 힌두 민족주의 단체 RSS의 청년 회원들에게 공격당했다.

25일 인도 남부의 케랄라대와 동부의 서벵갈대가 동영상 상영 계획을 발표했다. 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교 당국은 경찰이 일부 학생들을 체포한 뒤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

체포를 피해 도피중인 자와할랄 네루대 학생회장 아이셰 고시는 대학교의 반발이 인도가 “아직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인도 국민들은 갈수록 더 큰 검열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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