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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은행, 근무시간 연장도 아닌 정상화가 그리 힘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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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 사실상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시중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2일에 이어 18일에도 노사(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 간 회담을 진행했지만 딱 부러진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측은 금융노조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노조의 반발은 여전하다. 가능성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이해 안 되는 일이다. 도대체 근무시간 연장도 아니고 정상화일 뿐인데 이처럼 논란이 되고 복구가 어려운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줄이는 건 되는데 되돌리는 건 못하겠다는 논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은행은 서비스업이 아니란 말인가. 이렇게 고객을 무시해도 되는 일인가? 이기적인 영업, 서비스 갑질이라 해도 될 정도다.

애초 은행 영업시간(오전 9시∼오후 4시)이 1시간 줄어든 것은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가장 강력했던 2021년 7월이다. 사적 모임을 제한하고 다중이용시설까지 문 닫던 시절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되는 상황이다. 대형 마트를 비롯해 백화점, 영화관 등 영업을 단축했던 많은 서비스편의시설은 벌써 예전 영업시간으로 돌아갔다. 은행의 영업시간 정상화는 당연한 결론이지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무엇보다 줄어든 은행 영업시간으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금융노조는 “이른 오전 영업시간에는 내점고객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지만 어불성설이다. 문을 열지 않으니 고객들이 가지 않을 뿐이다. 폰뱅킹이나 PC뱅킹으로 될 일인데 불편하게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은 없다. 반차나 연차까지 써가며 은행을 찾는 직장인들이 한둘인가. 안 그래도 점심시간 영업 중단까지 추진 중인 금융 노조다. 가장 먼저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 것이야 그렇다 쳐도 오늘날 주 4일제 논의에 가장 앞장서는 게 은행이다. 고객 편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근로 편의만 추구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2022년 산별 교섭에서 노사는 영업시간 정상화 문제를 별도 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합의는 성실한 논의를 하자는 것이지, 정상화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한 금융당국을 관치금융이라 비난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자제돼야 할 게 관치다. 하지만 그걸 불러온 건 편안함을 지키려다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불치(不恥)다. 그건 관치보다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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