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안전투자 세제지원 확대를...모호한 법 개정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완 필요 응답자 43.3% “매우 필요”

법안 개정엔 60% “제대로 논의해야”

헤럴드경제

27일 시행 1년을 맞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불명확한 법령을 명확히 하되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논의해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법안 보완과 함께 안전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안전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 기획한 ‘산업안전법제포럼’을 통해 국내 주요 기업 30곳의 안전보건관리 실무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6.7%는 중대재해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매우 그렇다’의 비중은 43.3%로 높았다.

개선 방향으로는 법률 명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72.4%로 가장 많았다. ‘법률 폐지 및 산업안전보건법 일원화’라는 응답이 20.7%로 뒤를 이었으며 처벌 수준 완화를 요구하는 이들도 13.3% 수준이었다.

중대재해법은 시행 초기부터 명확하지 않은 규정 탓에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다. 최근에는 국내 중대재해법 위반 1호 기소 사례가 된 두성산업의 변호인 측이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위헌 여부를 가를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앞서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중대재해법의 위헌소송 제기는 이미 예견된 것으로 명확성의 원칙, 과잉규제 금지, 책임주의, 비례원칙 등의 위반 소지가 높다”면서 “선한 준법의지를 가지고 있어도 다른 법과 중복되거나 충돌되는 부분이 많고 사업자 입장에선 스스로 법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개정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지배적이었다. 10명 중 6명꼴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 부작용이 뒤따랐다고 보고 개정 과정에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숙고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13년에 걸친 사회·정치적 논의와 숙고를 통해 법률이 제정된 반면 중대재해법은 법안심의 2주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공청회도 단 한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이에 일각에선 강력한 형벌 책임을 규정하는 특별법임에도 졸속으로 처리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만 당장 올해 상반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23.3%에 달했다. 지금이라도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으로 읽힌다. 이 밖에 ‘내년 총선 이후’라는 응답이 10%, ‘올해 하반기’라는 응답이 6.7%였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응답자의 70%가 경영자와 근로자의 안전 의식 부족을 지목했다. 촉박한 작업 공기가 재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16.7%였으며 6.7%는 안전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관계수급인의 안전보건 확보 역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현장 작업자의 불안전한 작업방식 등이 재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는 안전투자 세제 지원(43.3%)과 안전 전문 인력 양성(43.3%)에 대한 요구가 컸다. 안전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6.7%를 차지했다.

일부 기업은 정부의 어떤 지원보다도 불명확한 법령 개정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법안을 폐지하든 개정하든 처벌 수준을 완화하고 관련 책임 소재 등도 구체화·명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산업계 전반에서 중대재해법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자 정부도 법안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중대재해법령 개선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집중 논의해 상반기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감독·처벌 위주에서 사업장의 자기규율 예방 위주로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시욱 대통령실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외협력실장은 지난해 말 산업안전법제포럼에 참석해 “(중대재해법이) 경영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법이라고 하지만 노조에서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하는 등 양쪽의 해석이 첨예하게 엇갈린다”며 “다만 처벌은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어 실제로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대재해법의 효과를 따지기에는 1년이라는 기간은 사실 짧다”면서도 “중대재해법 도입 취지를 지키되 현행 법령에 ‘또는’ 등 불명확한 문구가 많은 만큼 명료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