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대상 비밀학교로 학습 이어가기도
탈레반으로부터 여성 대학 금지령이 내려진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이 카불에 있는 카불대학교 밖에 서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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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정권에 대학 교육을 전면 금지당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지난해 12월 내려진 부당한 조치에 망연자실했지만, 언제까지고 절망에만 빠져있지 않았다. 온라인 대학 지원자가 늘고, 여학생을 위한 비밀학교가 생기는 등 ‘지하 교육’의 물결이 일었다.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17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여성 교육 금지령이 내린 후 일주일 만에 미국의 비영리 사이버 대학 인민대학교(University of the People)에 2,208건의 지원서가 밀려들었다고 밝혔다. 샤이 레셰프 인민대 총장은 "지원자 대부분은 학교를 떠나도록 강요받은 여성들"이라면서 "여성들은 학습을 통해 그들이 세계의 일부라고 느끼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대학에는 이미 2,000여명의 아프간 여성이 재학 중이다.
영국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퓨처런도 탈레반이 여성들의 대학 진학을 금지하자 자국 내 아프간 여성들이 수업을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퓨처런에도 지난해 12월 이후 아프간 국적의 방문자가 이전보다 700% 증가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지난해 12월 수도 카불에서 열린 여성 대학 교육 금지 반대 시위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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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는 여성의 중·고교 교육에 이어 대학 수업 참여까지 막힌 상태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재집권하면서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아프간 여성들은 주변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공부를 이어가는 처지가 됐다.
여성 청소년을 모아 수학과 화학, 물리학 등을 가르치는 비밀학교가 주택가에 문을 열었다. 이 학교의 유일한 교사인 여성은 "여학생 1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라면서 "잡혀가 구타를 당하더라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BBC에 전했다. 그러면서 "수업을 듣길 원하는 여학생들은 더 많지만, 공간과 자원 부족뿐 아니라 당국의 감시 때문에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다가 탈레반 집권 후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한 아프간 여성은 친척이나 이웃의 방문마다 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공부한다는 티가 나는 "모든 것을 숨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프간 여성들에게 공부는 생계수단이자 미래다. 이 여성은 “여성의 아프간 취업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나라 밖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라면서 “만약 내가 공부를 그만둔다면, 우리 가족은 굶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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