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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베트남과 5년 동행 마친 박항서 “감독으로 활동할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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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시안컵 본선에서 교체 돼 벤치로 들어오는 응우옌 꽁푸엉과 포옹하는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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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과 함께 쌓은 추억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운동장에선 혼도 많이 냈지만, 사랑방 같았던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함께 뒹굴었던 그 시간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태국전을 끝으로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항서(64) 감독은 17일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동고동락한 베트남 선수들 이야기를 꺼내다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성장해야 하고, 나도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감독에서 물러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16일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라이벌 태국에 0-1로 졌다. 앞선 1차전 전적(2-2무)을 묶어 종합전적 2-3을 기록한 베트남은 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8년 베트남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했던 박 감독은 이 대회를 끝으로 물러난다.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이후 5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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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유력 언론사인 뚜오이쩨가 박 감독과의 작별이 아쉬워 한국어 제목을 단 1면 기사. [사진 뚜오이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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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보낸 5년이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으로서 성적과 경쟁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많은 분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선 한국 또는 베트남에서 감독으로 활동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감독은 “한국에는 훌륭한 동료들과 후배들이 많으니 현장에서 내가 할 일은 더는 없다고 본다. 다만, 베트남에서 유소년을 발굴·육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몇몇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 5년 동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정상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FIFA랭킹을 100위권 이내로 올려놓겠다는 약속도 지켰다(현재 96위)”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베트남이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꿀 수 있게 됐지만, 그건 후임 감독과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며 “나 자신을 성공한 지도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박항서는 늘 열심히 했던 지도자’ 정도로 기억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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