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베트남과 5년 동행 마친 박항서 “감독으로는 활동 계획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2019년 아시안컵 본선 당시 교체 돼 벤치로 향하는 응우옌 꽁푸엉을 안아주는 박항서 감독.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과 함께 쌓은 추억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운동장에선 혼도 많이 냈지만, 사랑방 같았던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시간을 보내며 함께 뒹굴었던 그 순간들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16일 태국전을 끝으로 베트남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항서(64) 감독은 17일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들 이야기를 꺼내다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베트남 축구도 한 단계 성장해야하고, 나 또한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앙일보

박항서 감독이 17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베트남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사진 송지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은 16일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라이벌 태국에 0-1로 졌다. 앞선 1차전 전적(2-2무)을 묶어 종합전적 2-3으로 태국에 우승컵을 내주고 준우승했다. 지난 2018년 베트남을 이 대회 정상에 올려놓은 박 감독은 이 대회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지난 2017년 9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이후 햇수로 5년 여 만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보낸 5년이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으로서 성적과 경쟁력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많은 분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긴 시간 동안 일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그는 “이영진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우리 선수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베트남 유력 언론사 뚜오이쩨가 박항서 감독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내용의 기사를 한국어 제목을 달아 1면에 게재했다. 사진 뚜오이쩨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 “한국 또는 베트남에서 감독으로 활동할 계획은 없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행정 쪽 일에도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그는 “한국에는 훌륭한 동료들과 후배들이 많으니 현장에서 내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 다만, 베트남에서 유소년을 발굴·육성하는 일에 대해서는 몇몇 제안을 받아놓고 고민 중”이라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5년 동안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에서 (정상권으로) 자리를 잡았다. FIFA랭킹을 100위권 이내로 올려놓겠다는 약속도 지켰다(현재 96위)”면서 “베트남이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꿀 수 있게 됐지만, 그건 후임 감독과 함께 할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겠다”고 했다.

이어 “나 자신을 성공한 지도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베트남에서 ‘한국 사람 박항서는 늘 열심히 했던 지도자’ 정도로 기억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SEA게임 우승 직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는 박항서 감독. 재임기간 내내 따뜻한 수평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존경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