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시 연동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1984년 대통령 지방 공관으로 지었다가 1996년 대통령 경호 시설 해제 후 2014년까지 제주지사 관사로 사용됐다. 원희룡 전 지사 뜻에 따라 2017년 10월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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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 달린 고풍스러운 도서관으로 변신
지난달 28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하늘색 큰 철문을 지나자 탁 트인 잔디밭이 펼쳐졌다. 지붕이 현무암 빛깔인 본관에 들어서자 '꿈자람책방'이 나왔다. 천장에 샹들리에(방사형 모양의 등)가 달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장식이 붙어 있다. 2017년 10월 문을 연 이 도서관은 책 4만 권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도청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은 8년 전만 해도 굳게 닫혀 있었다. 도서관으로 변신하기 전에는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할 때 숙소로 쓰던 지방 공관이었다.
천장에 샹들리에가 달린 꿈자람책방. 과거 공관 연회장으로 쓰던 공간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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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 제주지사 재임 시절 관사 폐지
1996년 8월 대통령 경호 시설에서 해제된 이후 2014년까지 제주지사 관사로 사용됐다. 이후 2014년 당선된 원희룡 지사는 이곳을 도서관으로 꾸몄다.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 내 대통령 행정박물 전시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이 쓰던 침대와 소파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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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물관도…연간 17만 명 찾아
샹들리에가 있는 책방은 과거 공관 연회장으로 쓰던 공간이다. 대통령 침실과 접견실 등이 있던 공간은 세미나실과 그림책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본관에는 '대통령 행정박물 전시실'도 있다. 별관은 자기주도학습센터, 관리실은 북카페로 재탄생했다. 도서관 측은 "대통령 숙소로 만들어진 건물의 역사적 상징성을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안방과 거실은 원형을 최대한 살렸다"고 했다.
관사가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자 도민들이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에만 17만3638명이 찾았다.
지난달 28일 제주꿈바당어린이도서관을 찾은 김보영(41·여·제주시 연동)씨가 딸 이서아(7)양과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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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시대 산물' 속속 개방…대구·경북·강원 3곳 남아
이날 딸 이서아(7)양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김보영(41·제주시 연동)씨는 "관사를 도서관으로 바꾼 건 참 잘한 일"이라며 "딸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해 자주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김관영 전북지사도 전주 한옥마을 내 관사를 전시·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 후 올해 하반기 개방하기로 했다. 전북지사 관사는 2층 단독주택(연면적 402㎡)이다. 김 지사 부부는 전북도청 인근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울산 남구 옛 울산시장 관사를 허물고 지은 울산신정 행복주택. 사진 울산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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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한 명 살던 관사 허물고 100가구 아파트 지어
옛 울산시장 관사는 2020년 울산시가 허물고 '행복주택'을 지었다. 2017년 국토교통부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으로 행복주택 건설이 선정되면서다. 관사가 있던 자리에 원룸·투룸 형태 행복주택 100가구가 들어섰다. 또 공공어린이집과 도서관·공영주차장도 만들었다. 행복주택에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이 입주했다. 울산시는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공공어린이집 정원을 48명에서 70명으로 늘렸다.
울산시장 관사는 1980년 1월 울산시 신정동 1696㎡ 부지에 2층 주택으로 지었다. 1995년 7월 취임한 심완구 시장 제안으로 기존 관사를 고쳐 1996년 3월부터 2020년 초까지 24년간 어린이집으로 활용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부산시장 관사.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재벌 집으로 등장하면서 관광 명소가 됐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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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재벌집' 부산시장 관사…관광 명소 부상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부산시장 관사(현 부산시 열린 행사장)는 관광 명소가 됐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재벌 집으로 등장하면서다. 극 중에서 순양그룹 진양철(이성민 역) 회장이 사는 '정심재'는 부산시장 관사가 모델이다.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시장 관사에서 촬영한 영화·드라마는 2021~2022년 4개다.
'남쪽 청와대'로 불리던 부산시장 관사는 애초 대통령 별장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41억5700만원을 들여 1985년 2월 지었다. 부지(1만8015㎡)만 축구장 2.5개에 해당할 정도로 넓고, 나무 2만3000여 그루를 심었다.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포스터. 사진 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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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67억원 투입, 복합문화공간 조성"
부산시장 시장 관사는 1995년 민선 시대 이후 당선된 시장이 줄곧 사용했다. 관사 유지·보수 비용만 연간 2억원가량이 들어갔다. 이 관사는 오거돈 전 시장이 강제추행 혐의로 2020년 4월 사퇴한 이후 비어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박형준 시장은 관사에 입주하지 않고 부산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박 시장은 67억9400만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관사 리모델링을 끝낸 뒤 내년 1월 강연·전시·공연 장소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경남 창원 의창구 '경남도민의 집'에 있는 영빈관 내부. 옛 경남지사 관사 내 방 5개를 활용해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게스트룸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가능성 때문에 경남도민은 이용하지 못했다. 안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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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집' 경남지사 관사…"게스트룸 이용 도민 0명"
반면 주민 이용에 한계가 있어 '무늬만 환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곳도 있다. 역대 경남지사 관사 2개 중 첫 번째 관사였던 '경남도민의 집(도민의 집)'이 대표적이다.
1984년 경남 창원시 용호동 988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옛 경남지사 관사는 2003년 김혁규 전 지사 때 '호화 관사' 논란이 일면서 사용을 중단했다. 이후 김태호 전 지사가 2009년 1월 9억2000만원을 들여 개축, 도정역사관 등을 갖춘 도민의 집으로 개원했다. 2009~2020년 도민 60쌍이 결혼하기도 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홍준표 전 지사 시절인 2016년 9월 '도민의 집' 내 5개 방을 게스트룸으로 꾸며 '영빈관'을 열었다. 가장 큰 게스트룸이 124.93㎡(38평)다. 하지만 정작 6년 가까이 영빈관을 이용한 경남도민은 사실상 없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5월까지 5년 9개월간 운영된 영빈관을 이용한 사람은 352명에 그쳤다. 도에서 초청한 국내외 바이어나 투자 관계자, 팸투어 관광객, 행사 참석자 등 외지인이 대부분이었다.
옛 경남지사 관사인 '경남도민의 집' 내 방을 게스트룸으로 꾸민 영빈관 내부. 안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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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무료로 제공하면 선거법 위반" 해명
이에 대해 경남도 측은 "영빈관을 도민에게 무료로 사용을 허용하면 기부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며 "지난해 5월 이후 게스트룸 운영은 중단했고, 12월부터 전시 공간으로 개방했다"고 해명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관사 폐지는 추세"라며 "다만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폐지하기보다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가옥이나 관광·문화적 특징이 있다면 이를 살리거나 관사를 공개하면서 주민 소통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관·관사=국유재산법 시행령은 공무원 주거용 시설을 구분해 놓았다. 대통령은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 등 4부 요인과 행정 각부 장관 등 중앙행정기관장은 공관이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주거 시설이 관사라고 나온다.
부산·제주·전주·울산·창원=위성욱·최충일·김준희·백경서·안대훈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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