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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서 25명 사살, 17세 때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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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영국 해리 왕자 자서전에 왕실과의 갈등이 담겨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서 해리 왕자(오른쪽)와 윌리엄 왕세자가 서로 외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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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가 자서전 『스페어(Spare·사진)』를 발표하면서 영국이 들썩이고 있다. 해리 왕자가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려졌던 왕실 일가와의 갈등을 낱낱이 공개하면서다. 메건 마클과 결혼했던 해리 왕자는 현재 영국 국왕인 찰스 3세의 둘째 아들이다. 왕위 계승 1순위는 해리의 형인 윌리엄 왕세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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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가 쓴 자서전 『스페어(Spare)』


16개 언어로 출판되는 해리 왕자 자서전의 공식 발매일은 오는 10일(현지시간)이다. 그런데 지난 4일 밤 스페인의 일부 서점에서 자서전이 판매됐고, 이 소식을 들은 더선·가디언 등 영국 매체는 스페인판을 입수해 영어로 번역해 5일부터 집중 보도하고 있다. 400쪽이 넘는 자서전에는 논란을 부를 파격적인 내용이 대거 담겼다.

해리 왕자 부부와 형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의 갈등이 특히 화제가 됐다. 해리 왕자는 지난 2019년 윌리엄 왕세자가 아내 메건 공작부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해서 형과 다퉜다고 주장했다. 해리 왕자는 “당시 형이 나를 바닥에 쓰러뜨려 개 밥그릇 위로 넘어졌고, 그릇이 깨지면서 등에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엔 메건과 결혼을 앞두고 세인트폴 대성당,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했지만, 윌리엄 왕세자는 본인과 아버지 찰스 3세 국왕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라고 안 된다며 대신 시골 교회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형수 케이트 왕세자빈과 아내 메건의 동서지간 갈등도 서슴없이 쏟아냈다. 지난 2018년 결혼식 관련 논의 중 메건이 출산을 한 케이트 왕세자빈에게 “베이비 브레인이 됐다”고 말했다가 싸움이 번졌던 일까지 공개했다. ‘베이비 브레인’은 임신 호르몬으로 기억이 감퇴하는 증상을 뜻한다.

자서전으로 보면 해리 왕자는 자신이 윌리엄 왕세자의 ‘스페어(예비품)’로 여겨졌다는 생각으로 인해 불만이 쌓였다. 그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 찰스 3세 국왕이 고(故) 다이애나빈에게 “왕위 계승자(윌리엄)와 스페어(해리)를 낳아줬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17세에 나이 많은 여성과 첫 경험을 하고, 코카인과 대마를 흡입한 사실도 공개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탈레반 25명을 사살했다고도 밝혔다. 탈레반 정부는 해리 왕자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국제법정에 회부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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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식에 참석 한 당시 찰스 3세 왕세자와 해리, 윌리엄 왕세손(오른쪽부터)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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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매체들은 해리 왕자가 자서전을 통해 “어마어마한 폭탄을 떨어뜨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021년 3월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와 지난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등에서도 왕실과의 불화를 폭로했는데, 이번 폭로는 그보다 더 구체적이고 신랄해서다. 찰스 3세 국왕의 자서전을 썼던 측근 조너선 딤블비는 7일 BBC 인터뷰에서 “B급 유명인이 할 만한 폭로가 담겼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해리 왕자에 대한 영국 여론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따르면 해리 왕자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아내 메건의 지지율도 2019년 50%대에서 현재 25%로 반 토막이 났다.

해리 왕자와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로 소송전을 벌인 익스프레스는 “해리 왕자는 거액을 받고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해리 왕자는 지난 2021년 미국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이번 자서전을 포함해 책 4권을 2000만 달러(약 252억원)에 출간하기로 했다. 유명인사 자산공개 사이트로 알려진 셀리브리티 넷 워스에 따르면 해리 왕자의 자산은 6000만 달러(약 756억원)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5월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앞두고 새 국왕의 명성을 공고히 해야 하는 시기에 해리 왕자의 폭로가 나왔다”며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다. 왕실은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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