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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제 10명만 남아…올 마지막 수요시위, 할머니 자리 대신한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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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김성진 기자] [올해 세상 떠난 위안부 할머니들 3명...이제 남은 할머니 10명

"남은 할머니들 살아있을 때 시위 결실 맺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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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낮12시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인도 한편에 올해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액자가 놓여있다. 오른쪽부터 이옥선 할머니(사망 당시 94세), 김양주 할머니(98세)의 영정과 유가족이 신상 공개를 원치 않은 할머니를 기리는 백장미 삽화가 담긴 액자./사진=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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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건물 건너편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올해 마지막 수요집회. 보랏빛 식탁보를 덮은 2m 너비 책상 위에 영정 석 장이 올랐다.

영정 주인공은 오른쪽부터 이옥선 할머니와 김양주 할머니. 올해 세상을 떠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위안부) 할머니들이다. 맨 왼쪽에는 사진 없이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신상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 뜻을 따랐다. 대신 '존경한다'는 꽃말을 가진 백장미 삽화를 썼다.

이날은 1992년 시작된 수요집회가 1576차를 맞은 날이다. 정의연은 매년 마지막 수요 집회에 그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을 추모제를 연다. 숨진 할머니들 뜻을 잇고 그들이 바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의하는 자리다.

아울러 남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있을 때 적절한 사죄, 배상을 받겠다고 다짐하는 자리기도 하다. 올해 김양주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가 각각 98세, 94세로 숨지고 현재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 할머니는 10명 남았다. 정의연에 따르면 이들 모두 올해 90대다.

체감온도가 영하 5도였지만 이날 집회에 100여명이 참여했다. 상당수가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뒤집어썼다. 이들이 숨을 내쉴 때 입김이 하늘로 피어올랐다. 이날 새벽에 내린 눈이 바닥 곳곳에 녹지 않았다. 정의연은 참가자들에게 두께가 3cm쯤 되는 등산 방석을 두장씩 나눠줬다.

참가자들은 영정에 헌화했다. 표정을 찡그린 참가자도 있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영정 앞에 고개 숙인 참가자도 있었다. 이날 집회는 묵념, 헌화, 추모사 등 순서로 진행됐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마산·창원·진해 시민 모임에서 활동하는 이경희씨는 생전 김양주 할머니와 자주 만났다고 한다.

이씨는 "드리려고 갖고 간 과일과 음식을 기어이 내 손에 쥐여주시던 분"이라며 "606호 주사 후유증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누구보다 열정을 쏟은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가 눈 감기 전에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켜드리지 못한 게 가슴에 사무친다"고 했다.

이씨가 거론한 606호 주사는 '살바르산'이라는 화합물이다. 페니실린계 항생제가 사용되기 전에 매독 치료제로 사용됐다. 지금은 불임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드러나 사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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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수요시위 참가자들과 건너편에서 수요시위 반대시위를 벌이는 위안부법폐지공동행동·엄마부대 등 시민단체들이 마주하고 있다./사진=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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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추모사에서 "돌아가신 세 할머니는 아파하던 우리를 오히려 안아주던 분들이었다"며 "어떠한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할머니들과 연대를 다시 굳건하게 세울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날 위안부법폐지공동행동 등 일부 보수단체는 수요집회 장소 맞은편 인도에서 맞불 집회를 했다. 이들은 '소녀상도 위안부도 대국민 사기!' 의 팻말을 들고 있었다. 정의연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고 "역사 왜곡 세력들이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다"고 하자 "정신 차려라" "어린애들을 속이지 마라"며 소리쳤다.

수요집회 군데군데에 대학생들이 보였다. 수요시위에 처음 참석했다는 최진솔씨(21)는 "수요시위와 반대 시위가 열리는 걸 알고 있었고 양측에서 이야기하는 걸 다 들어보고 싶었다"며 "반대 시위가 설득력이 없어서 할머니들을 둘러싼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고 말했다.

내년 4월 군 입대를 앞두고 시위에 참석한 김대웅씨(21)는 "할머니가 열 분밖에 살아있지 않다니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낀다"며 "더 많은 시민이 현장에 나와 공감하고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시위의) 결실을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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