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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여성을 '인간 이하'로 보는 탈레반 정권 "여성은 대학 교육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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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고교 등교 금지 이어 국제사회 비판 고조
“용납할 수 없어, 여성 권리 끔찍한 축소”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대학교에서 지난해 9월 11일 열린 탈레반 지지 집회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린 '부르카', 전신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 '니캅'을 입고 참석한 여성들이 탈레반 깃발을 붙잡고 앉아 있다. 카불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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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 정치조직인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는 동안 이슬람 율법 통치를 명분으로 인권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특히 여성은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했다. 지난해 8월 미군의 철수로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여성과 소수자 권리 보장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약속을 깼다.

탈레반 정권은 여성의 중·고등학교 등교를 금지한 데 이어 대학 입학도 막았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고등교육부는 전국의 대학에 장관 서한을 보내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지난 10월 대학 입시에서 여성은 공학, 경제학, 언론학 등 특정 학과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데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여성의 교육권 탄압으로 올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대입 응시율은 큰 폭으로 줄었다. 대학 강의실은 남성과 여성이 분리돼 수업을 받도록 돼 있고, 같은 문으로 출입할 수도 없다. 또 여학생은 여성ㆍ노인 교수에게만 배울 수 있다.

인권 탄압 정점... "탈레반에 중대한 결과 가져올 것"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현지 여성들이 지난 7월 30일 부르카를 입고 서 있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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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은 여성이 살 수 없는 나라로 급속히 퇴행했다.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해야 한다. 남성 가족 동반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고, 공원,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도 드나들 수 없다. 대부분의 일자리에서 여성 취업을 제한해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국제사회는 여성 인권 탄압의 정점을 찍은 대학교육 중단 조치를 비판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육 없이 국가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이를 탈레반의 또 다른 약속 위반이자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영국도 동참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은 탈레반에게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어떤 나라도 인구의 절반을 억제하면서 번영할 수 없다"고 했다. 바바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또 다른 끔찍한 축소"라며 "탈레반이 아프간의 번영을 막는 또 다른 단계"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는 탈레반 지도부가 일부 온건성을 버렸다는 신호이며, 탈레반 집권 후 인권이 대폭 후퇴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제 원조 축소 등 아프간의 고립을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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