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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수)

[써봤다] 태블릿의 현주소, 아이패드 프로 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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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테크M

아이패드 프로 6세대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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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무언가 새로운 카테고리가 있지 않을까? 지난 2010년, 애플의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으로 '아이패드'를 내놨습니다. 그리고 아이패드가 탄생시킨 '태블릿'이란 카테고리는 지난 10년 동안 시장에 무사히 안착했습니다.

잡스는 태블릿이란 새로운 카테고리가 인정을 받기 위해선 웹을 탐색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사진을 공유하고,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하고, 게임을 실행하는 등 모든 작업 면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마트폰의 휴대성,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 앱 생태계 등의 강점을 갖춘 동시에, 노트북과 같은 강력한 성능과 생산성, 정확한 입력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태블릿이라 불리는 '아이패드 프로'는 과연 이런 잡스의 이상에 얼마나 다가갔을까요?

아이패드 프로, 장점과 단점은?

지난달 30일 국내에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6세대 제품은 '맥북에어'와 같은 최신 애플실리콘 'M2' 칩을 탑재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프로'라는 이름답게 4K 영상 편집부터 3D 렌더링까지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용 앱들을 지원합니다. 전용 액세서리인 '매직키보드'를 장착하면 노트북과 동일한 느낌으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고, '애플펜슬'를 활용하면 전문적인 그래픽 작업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만하면 정말 노트북 부럽지 않은 태블릿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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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2(왼쪽)과 아이패드 프로 6세대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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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해 본 아이패드 프로 12.9형 모델은 두께가 고작 6.4mm에 불과하고, 무게도 684g(와이파이+셀룰러 모델 기준)으로 어떤 노트북보다도 훨씬 가볍습니다. 어디서든 꺼내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트북을 사용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습니다. 이번 신제품은 M2칩의 성능을 기반으로 프로레스(ProRes) 동영상을 곧바로 촬영할 수 있고, 또 라이다(LiDAR) 스캐너로 깊이를 감지해 증강현실(AR)용 기기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아이패드 프로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장점을 합친 굉장히 다재다능한 기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보면 아쉬운 점도 보입니다. 전문가용이라고는 하나 '맥북프로'나 '맥프로'급이 필요한 고사양 작업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보조수단에 가깝고, 매직키보드와 애플펜슬을 모두 장착하면 무게가 약 1.4kg에 달해 휴대성이란 장점도 희석됩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센터스테이지' 같은 멀티태스킹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트북 운영체제(OS) 수준의 편의성을 갖췄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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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에어 6세대(왼쪽)과 맥북에어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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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가 노트북보다 다재다능한 건 맞지만,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고, 사용하기 편한 건 맞지만, 가격이 편치가 않습니다. 특히 환율 여파로 국내 판매 가격이 훌쩍 뛴 점이 아쉽습니다. 12.9형의 경우 가장 저렴한 128GB 와이파이 모델이 172만9000원부터 시작하고, 가장 비싼 2TB 셀룰러+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360만4000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애플펜슬 2세대 19만5000원, 매직키보드 51만9000원 등 액세서리 가격도 만만치 않아 결국 맥북프로 못지 않게 비싼 기기가 되어버립니다.

나에게 맞는 태블릿은?

태블릿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대체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어중간한 기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아이패드는 사용 패턴에 따라 4종으로 분화했습니다. 휴대성을 극대화한 '아이패드 미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한 엔트리급 '아이패드', 'M' 시리즈 칩셋으로 강력한 성능을 갖춘 고급형 '아이패드 에어', 그리고 최상위급 '아이패드 프로'까지 사양과 가격대를 나눠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아이패드 안에서도 각 제품들은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아이패드 10세대의 경우 컬러풀한 디자인과 전용 액세서리 '매직키보드 폴리오'를 통해 보급형 노트북 시장을 노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면 카메라를 아이패드 최초로 가로면에 달아 화상회의나 원격수업에 최적화된 형태로 폼팩터를 바꾼 점도 눈에 띕니다. 또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휴대성이 높은 제품이 필요하다면 '미니'를, 게임이나 영상 시청 등을 위해 태블릿을 성능 스트레스 없이 쓰고 싶다면 'M1' 칩을 단 '에어'를 쓰면 됩니다. 각 제품들이 작년부터 최신 세대로 업그레이드를 마쳤기 때문에 용도만 정하면 어느 제품을 구입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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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 6세대 호버 기능 /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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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이패드 프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아직 프로 모델의 경우 큰 변화가 없는 모습입니다. 디자인은 지난 4년간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이번 신제품에서 새로 선보인 기술은 애플펜슬의 '호버' 기능과 '와이파이 6E' 지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호버 기능의 경우 애플펜슬을 화면 가까이 가져가면 마치 마우스 커서를 올려 놓은 것처럼 반응하는 기능입니다. 애플펜슬이 닿을 곳을 미리 알 수 있어 더 정밀한 그래픽 작업도 가능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M2 칩의 성능과 전력 효율로 가능해진 기술이라고 합니다.

흥미롭긴 하지만 호버 기능 하나 때문에 굳이 쓰던 제품을 교체할 필요까진 없어 보입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여전히 가장 크고 가장 성능이 좋은 아이패드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웹 서핑이나 동영상 감상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과분한 제품입니다. 시중에는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실로 다양한 태블릿이 나와있습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용도를 잘 고려해서 선택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패드 프로가 완벽한 전문가용 기기로 다시 포지셔닝하려면, 내년에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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