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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자식 잃은 부모, 투사 됐다…이태원참사 43일만에 유가족協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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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尹 진심어린 사과·진상규명·책임규명 등 요구

기자회견장 또 ‘눈물 바다’…“자식잃은 분노”

49재인 16일 이태원역서 추모제…첫 공식행보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정부가 저희한테 손을 내밀어 줬습니까? 저희가 처음부터 이랬습니까? 우리가 왜 거리로 나와야 하고, 모여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합니까?”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43일 만에 희생자 유가족이 단체를 구성, 공식 출범했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정부가 유가족들을 외면했다며 유가족협의체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울분을 터뜨렸다.

이데일리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0일 중구 달개비에서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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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 참사 TF(민변 TF)는 10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 창립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유가족협의회에는 희생자 158명 중 97명의 유가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표는 희생자 고(故) 이지한의 부친 이종철씨가 맡았다.

이날 창립기념선언 기자회견은 또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유가족들은 먼저 떠나간 자식을 위해 쓴 편지를 읽고, 아들, 딸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유가족 중 한 명은 기자회견 도중 호흡이 가빠져 119에 실려가기도 했다. 고(故) 이지한씨의 모친은 “자식 잃은 어미, 아비들이 분노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며 “참을 만큼 참았다. 10월29일 이후로 엄마는 변했다. 유가족들은 이 일이 투명하게 끝날 때까지 투사가 될 것을 맹세한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국가는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었다”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를 위해, 철저한 진실·책임자 규명을 목적으로 한다”고 출범 이유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 촉구 △성역없는 엄격한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들 간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2차 가해 방지에 대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인 방안 등을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은 정부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정부가 유가족들 사이의 연락을 방해한다는 폭로를 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 유가족들은 처음 공식적으로 언론 앞에 나와 “정부가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한다”고 밝혔고, 행정안전부는 유가족 ‘면담’을 단체 아닌 개별 가족별로 추진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참사 희생자인 고(故) 최민석씨의 모친도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 백브리핑에서 “유가족들 왜 서로 만나면 안 되나. 당사자가 당해보지 않으면 이런 아픔 누구도 공감 못 한다”며 “왜 못 만나게 하나. 왜 유가족 명단 없다고 거짓말 하느냐”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민변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모인 유가족이 이날 유가족협의회를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이들은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들은 향후 정부나 수사기관 등에 요구사항들을 적극적이고, 단합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여연대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74개 시민·사회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를 발족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49재인 오는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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