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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시진핑 "원유대금 위안화로 결제해야"...美 달러패권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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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들인 걸프지역 아랍 국가 정상들에게 향후 석유 및 가스 교역을 중국의 위안화로 결제하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언급은 석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미국의 달러 패권을 허물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이제 원유는 상하이 거래소 통해 위안화 결제하자"...금융·안보 협력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사우디라아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 연설을 통해 "중국과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협력을 위한 자연스러운 파트너"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GCC 국가들로부터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고 석유 가스 개발, 엔지니어링, 저장 및 운송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상하이 석유·천연가스 거래소(SHPGX)를 충분히 이용해 위안화 결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중국과 걸프지역 국가들 사이의 금융 및 투자, 혁신과 신기술, 항공우주, 문화 등에서도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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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아랍정상회의에서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악수하고 있다. 2022.12.10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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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국은 또한 양측의 투자와 경제 협력을 매커니즘을 확립하고, 디지털 통화 협력도 심화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 주석은 이밖에 중국과 아랍 국가들이 협력과 개발은 물론 안보를 증진하는 데도 파트너가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中, 중동에서 '미국 달러 패권' 균열 시도

국제 원유시장에선 지난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미국 달러화 결제가 관행으로 정착돼 왔다. 이른파 '페트로 달러'로 불리는 달러화 원유 결제는 미국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 시장을 지배해온 달러 패권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을 부상한 중국은 최근 국제 무역및 교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적극 추진하면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흔들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이번 석유대금 위안화 결제 제안도 이와같은 같은 연장선상에서 나온 셈이다.

더구나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아랍권의 맹중인 사우디와 전통적 우방이었던 미국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한때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미국 동맹국으로 양국은 안보와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교환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에 본격 나서며 일일 200만배럴에 달하던 미국의 사우디산 원유 수입량은 2021년말 기준으로 하루 50만배럴 아래로 떨어졌다.

과거 주요 고객이었던 미국이 오히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사우디의 경쟁자로 부상한 셈이다. 반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온 중국은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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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펄럭이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좌)와 중국의 오성홍기. 2021.01.21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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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초기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사우디를 국제적으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상황도 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와 유가 안정이 시급했고, 이를 위해서는 유가 하락이 필요했다. 이에 바이든은 지난 7월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체면도 구긴 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로 날아갔다.

하지만 자존심 굽힌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에도 원유 증산이나 관계 개선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난 10월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는 대규모(하루 200만배럴) 원유 감산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사우디의 이같은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미국 백악관은 이와 관련 "사우디와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시 주석은 사우디 방문 기간 중국과 사우디 등 아랍국가의 협력 확대와 함께 '내정 불간섭' 원칙을 강조하며, 미국의 빈 공간을 파고들려는 모습을 보였다.

kckim10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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