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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예산안 정기국회 처리 불발…추경호 "감액에 대한 입장차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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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가 끝내 무산된 가운데 정부는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예산안 감액 요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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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감액과 증액에 대한 입장차가 굉장히 컸다”고 밝혔다.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해 이듬해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 편성을 마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국회의 적정 감액 규모와 관련해 과거 실질 국회 감액 규모(평균 5조1000억원)에서 내년의 실질적 총지출 증가율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한 적정 감액 규모로는 1조3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야당이 제시한 내년 예산 감액 규모인 7조7000억원과 6조원 이상 격차가 있다.

민주당은 내년 총지출(639조원)에 과거 5년 평균 감액률인 1.2%를 반영해 7조7000억원을 산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민주당안은 지출 재구조화 규모와 재량지출 변동 등 국회 감액과 연계된 총지출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지난 5년간 총지출증가율이 8.6%였던데 비해 내년 증가율은 5.2%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교부세·교부금을 제외한 실질 총지출증가율은 과거 5년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24조원 상당의 지출 재구조화를 단행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총지출) 증가율이 높은 예산 구조 하에서 국회가 예산을 감액해 그 돈을 쓰겠다는 인식이 쳇바퀴 돌 듯한다”면서 “정부는 감액 규모를 최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5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사이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해 추 부총리는 “준예산은 의원내각제 시절 국회 해산으로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는 비상 상황 대비한 제도”라면서 “대통령제하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준예산을 편성하면) 대한민국 정부나 정치집단, 특히 국회의 국정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위기를 초래할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예산은 상상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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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2년 유예와 관련한 논의에 대해선 “금투세 유예 시기 대주주 대상을 조정하는 부분에 대폭 양보할 수 있다, 10억원에서 100억원 사이 접점을 찾고 전향적인 자세를 갖겠다고 했는데 야당에서 굉장히 완강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를 위해서는 내년부터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내리고, 유예 기간 대주주 기준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정부안보다 낮은 10억∼100억원 사이 구간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선 이견을 상당 부분 좁혔다고 추 부총리는 밝혔다. 여야는 고가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중과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이 아닌 중과세율로 종부세를 내는데, 앞으로는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만 중과세율을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다주택 중과세율 자체를 폐지하고 주택 가액 기준으로 종부세를 매기려 했으나, 국회 협의 과정을 거치며 이런 방침에서 일정 부분 물러섰다.

종부세 비과세 기준선인 기본공제의 경우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현재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1세대 1주택자를 제외한 인별 1주택자나 2주택 이상자의 기본공제 금액은 현재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세 부담 상한 역시 다주택자 기준 300%에서 150%로 낮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좁혔다.

법인세의 경우 정부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2년 유예안(최고세율 22%로 인하·2년 유예)에 동의했지만, 역시 야당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 부총리는 “새 정부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시작했는데 과거 본인들이 집권했을 때 정책을 주장하면서 (새 정부가) 다른 정책을 가져왔다고 절대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정말 아쉽게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좀 더 전향적으로 협조해주고, 어려운 위기상황을 돌파하는 데 여야 및 정부가 함께 힘을 합해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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