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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사실상 동맹 맺은 중국과 사우디...화웨이로 뒤통수 맞은 미국은 '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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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우디, 준동맹인 동반자 협정 체결
초대형 국책 사업 협력...경제 분야 34개 협정 체결도
화웨이, 사우디 진출...사우디와 멀어진 미국 '불편'
한국일보

사우디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리야드의 알 야마마궁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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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점점 더 밀착하고 있다.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동반자 협정'을 맺더니, 양국의 초대형 국책사업에도 서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중국의 숙원인 '석유 위안화 결제' 방안이 논의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우디와 관계가 틀어진 미국으로서는 양국의 밀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미국의 동맹으로, 그동안 미국의 대중동 외교 중심지 역할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가 '중국 밀어주기'를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미중 경쟁구도가 중국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셈이다.

양국 관계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살만 빈 알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이날 회담에는 사우디의 실질적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참석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외교가에서 동맹의 바로 아래 단계로 여겨진다. 양국이 경제 협력은 물론 국가 전략 목표까지 공유한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동맹을 두지 않는 중국 외교 스타일을 감안하면, 사실상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것이다. 양국은 지도자가 2년 주기로 두 나라를 오가는 '정상급 셔틀 외교'에도 합의했다.

격상된 관계만큼이나 실질적 성과도 넘쳐났다. 중국과 사우디는 이날 △태양광 △수소 △건설 △정보통신 △의료 △건설 등의 분야에 걸쳐 34개 협정을 체결했다. 앞서 SPA통신은 "양국이 1,100억 리얄(약 38조6,000억 원) 규모의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체결된 협정에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사우디에 초고속 인터넷 단지와 클라우드 센터를 건설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아온 기업이다. 주요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요구해온 미국으로선 중동 지역 최대 우방인 사우디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초대형 국책 사업도 협력...고민 깊어지는 미국


석유 거래 시 위안화 결제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는 원유 거래 시 달러만을 사용하기로 한 '페트로 달러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중국은 사우디의 연간 원유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세계 금융 거래 시장에서의 '탈(脫)달러'를 꾀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원유 거래를 위안화 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던져봄 직하다. 사우디 국영방송 알에크바리야는 양국이 추가로 20건의 또 다른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은 또한 '일대일로'와 사우디의 '비전 2030' 간 연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 주석의 핵심 대외 전략이다. 비전 2030은 석유 수출 의존도가 큰 사우디 산업 구조다각화를 목표로 한 경제 전략으로,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0조 원)에 달하는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양국의 핵심 국책 사업에 서로가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미·사우디 관계는 2018년 사우디 왕정을 비판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기자 살해 사건 이후 급랭했다. 사우디 내 인권 문제가 미·사우디 간 갈등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도, 그렇다고 인권 문제를 외면한 채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기도 쉽지 않은 딜레마적 상황에 처한 셈이다. 시 주석은 10일까지 중국-아랍 정상회의,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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