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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장동 수사 이재명만 남았다···검찰 “정진상, 측근 지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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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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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9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기소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모사실을 공소장에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정 실장이 민간사업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배경에 ‘지방자치권력’인 이 대표가 있다고 보고 이 대표의 관련성을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정 실장의 혐의에 대해 “최고 지방자치 권력인 시장과 도지사의 최측근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정 실장이 관할 지역 민간업자와 유착해 거액의 사익을 취득하는 등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정 실장은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위례신도시·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부패방지법 위반 등)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실장과 이 대표의 범행 공모를 공소장에 적시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직접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신 검찰은 33쪽 분량의 공소장에 정 실장의 지위와 역할을 설명하면서 이 대표를 수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대가로 지목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경기관광공사 사업의 인·허가권은 성남시와 경기도에 있고, 최종 결정권자는 이 대표라는 것이다. 검찰은 정 실장과 이 대표가 매우 긴밀한 관계였고, 그 때문에 정 실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검찰은 앞서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에 정 실장과 이 대표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 실장 공소장에서는 이 규정을 뺐다. 대신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인용해 두 사람 관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정 실장이 구속되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라는 설이 불거졌을 때는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검찰이 법률 용어도 아니고 판례도 없는 ‘정치적 공동체’ 규정을 쓴 것을 두고 이 대표를 엮기 위해 밑자락을 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 공소장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피고발인’ 신분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위례신도시·대장동 사업 편의 제공이나 뇌물수수에 관여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과 민간사업자들을 부패방지법 위반과 형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정 실장에게 이들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정 실장 공소사실에는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만 포함됐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정 실장의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이 대표의 관여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이 대표의 관여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 실장이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았다는 돈이 모두 현금이라 어디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두 사람 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 중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언’ 이상의 진술을 확보하려면 이 대표와 직접 연결된 두 사람이 입을 열어야 한다.

위례신도시·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이 대표와 직접 접촉한 정황도 현재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개발 이익에 ‘이 대표 측 몫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했다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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