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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쟁에 20여명 우크라 '올리가키' 약화…"전후 민주사회 재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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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우크라 과두정치 신흥재벌 20여명
소련 붕괴 틈 타 副축적·영향력 행사
전쟁으로 재산 막대한 손실·약화
"정치적 인맥으로 만든 독점 끊어야"
아흐메토우 "시장경제·민주사회 지지"
WP "민주·투명사회·경제 다양화 기회"

뉴시스

[드니프로=AP/뉴시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한 전기 기술자가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괴된 전력을 복구하고 있다.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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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전쟁이 우크라이나 과두정치인 '올리가키'(oligarch·신흥재벌)의 세력을 약화해 보다 민주적이고 덜 부패하며 경제적으로 다양한 전후 사회를 재건할 기회를 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우크라이나에서 수 년 동안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 1위를 유지한 리나트 아흐메토우 등을 인터뷰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존 정치 권력과 결탁한 신흥 재벌들과 과거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변화의 기회를 찾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치는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소수의 개인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틈 타 성급하게 민영화 된 광산과 공장, 철도, 농업 기업 등 대규모 국유 자산을 값싸게 인수한 이후 과두 정치에 휘둘려 왔다.

이 신흥 자본가들은 미디어와 주요 정부 기관, 의회에서 영향력을 구축하고 때론 매수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자신들의 새로운 제국을 보호했다.

아흐메토우가 그 중 한 사람이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상위 20명 목록은 매년 약간씩 다르지만, 2007년 이후 7명 만이 이 자리를 지켰다. 특히 2명은 1위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았는데 그가 아흐메토우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76억 달러에서 43억 달러로 급감했다.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강제 합병하고 아흐메토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을 지원하기 전인 2012년 재산은 160억 달러였다.

전쟁 중 재산이 급감한 것은 러시아가 그의 방대한 전력, 철강 공장, 탄광 등을 파괴하고 몰수한 데에서 비롯된다. 가장 큰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마지막까지 항전했던 아조우스탈을 포함해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그의 2개의 거대한 철강 공장이다. 아흐메토우는 이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에 러시아를 상대로 2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엔 약 20여 명의 올리가키가 있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우크라이나 정치, 경제,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그룹이다. '억만장자'가 '덜 억만장자'가 되는 것은 존재 자체를 위해 전쟁을 벌이는 국가에서 그렇게 마음 아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주목할 만 하다.

WP가 우크라이나 및 미국의 전·현직 관리, 분석가 등 24명을 인터뷰한 결과 우크라이나에서 올리가키의 힘이 약해졌다는 데에 모두 동의했다. 이들은 또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 정부의 압력 증가, 새로 활기를 띤 인구가 더 이상 과거의 정치를 용인하지 않으며, 그것이 "더 민주적이고 덜 부패하며 경제적으로 더 다양한 사회를 재건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 최고 보좌관을 지낸 빅토르 안드루시우는 "이것은 한 시대의 종말, 정치 문화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전쟁 전 '탈과두정치법'을 시행했다. 미디어 지분을 보유한 거대 신흥재벌의 정치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탄광부터 전기, 철도에 이르기까지 올리가키의 독점적인 지배를 막는 '반독점' 조치도 마련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최고 부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하고 영향력이 있다고 경고했다. 안드루시우는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핵심은 정치적 인맥으로 만들어진 그들의 독점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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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우크라이나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올리가키' 리나트 아흐메토우.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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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흐메토우는 이 같은 조치가 개혁을 가장한 권력 장악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WP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업과의 관계는 포퓰리즘이 아닌 모든 선진국이 따르는 문명화된 방식으로 규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올리가키'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나는 과두정치를 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개인 투자자이자 고용주, 납세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흐메토우는 그러나 경제가 다양화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후 비전을 묻는 질문에 "수천억 달러의 투자와 러시아가 아닌 서방의 이미지로 국가를 재건하는 '새로운 마샬 플랜'"을 요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더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경제가 되는 것을 지지한다"며 "경제에서 경쟁은 시장 경제를, 정치에서 경쟁은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권력의 집중은 권위주의와 경제적 쇠퇴를 초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제도와 법치, 명확한 반부패 규칙, 민주적인 정치 시스템, 시민에 대한 공정한 대우를 통해 EU 회원국인 '유럽 우크라이나'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이래 자신의 고향인 키이우에 살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침공에서 자국에 대한 가장 큰 개인 기부자가 됐다. 음식부터 드론 등에 이르기까지 1억 달러 이상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제공했다. 다만 이전에 친러 반군을 지원한 것에 대한 속죄의 노력이란 시각도 있다.

우크라이나 아워머니 웹사이트의 유리 니콜로우 기자는 "나는 사업가 아흐메토우가 우리 곁에 남길 바란다"며 "과두정치인 아흐메토우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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