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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부동산 이모저모

내년부터 증여 때 취득세 기준 공시가서 시가로 변경, 절세하려면 연내 집 물려주는 게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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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연내 집을 둘째 아들 B씨에게 물려줄까를 놓고 고민 중이다. 내년부터 개정된 지방세법이 시행되며 증여할 때 자식이 내야 하는 취득세가 1월 1일을 기점으로 크게 늘기 때문이다. 시가 기준으로 7억원대 초반대인 이 아파트 공시가는 4억6000만원 선이다. 올해까지 증여를 마치면 B씨는 4억6000만원을 기준으로 취득세 약 1700만원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취득세 기준이 시가로 올라간다. 시가인 7억원 초반대를 적용해 새로 계산한 취득세는 2700여만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연내 증여를 마치면 세금을 1000만원이나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A씨는 “노원구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줄까도 고민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아 생각을 바꿨다”며 “올해 안에 증여 절차를 끝마치고 세금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증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9월 기준 증여 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 주택 거래량 7만9486건 중 증여 거래가 9901건으로 전체의 12.5%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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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 주택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4~9% 선이었다. 2019년 10.9%로 비중이 두 자릿수로 올라선 후 2020년 12%, 2021년 12.2%로 꾸준히 높아지다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증여 비중은 서울이 가장 높았고 이어 대구(11.9%) 전남(11.6%) 제주(11.4%) 대전(9.4%) 부산(9.0%) 순이었다.

차창환 행복한미래연구소 대표는 “세무 지식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수년 전부터 전략적인 증여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남은 기간에도 증여 거래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주택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노원구로 전체 거래 1999건 중 556건(27.8%) 에 달했다. 이어 종로구(21.1%) 용산구(19.5%) 서대문구(18.4%) 중구(16.1%) 송파구(15.8%) 서초구(14.9%) 양천구(14.6%) 등의 증여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안에 부동산 증여를 마쳐야 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증여취득세가 공시가에서 시가로 바뀌는 것 외에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제도도 개편된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을 양도할 때 부담하는 세금이다. 부동산을 매도한 가격에서 취득 때 산 가격을 뺀 양도차익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나온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데 이때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동산을 한 차례 양도한 후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하면 양도소득세를 일부 줄일 수 있다. 특수관계인을 일종의 징검다리 삼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을 4억원에 취득한 후 8억원에 양도했다고 보자. 이 경우 양도차익은 4억원이다. 하지만 주택가격 6억원에 배우자에게 증여를 한 뒤, 이후 배우자가 주택을 양도하면 그 취득가격이 2억원이 된다. 양도차익이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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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후 양도를 통해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법에는 증여세 이월과세 제도가 규정돼 있다.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이 증여받은 부동산을 일정 기간 내 매도하면 증여자의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집을 증여받은 배우자가 특정 기간 안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양도한다면 양도차익을 2억원이 아니라 증여 받은 가액 기준인 4억원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5년 내 양도하는 경우에 이월과세를 적용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 기간이 무려 10년으로 늘어난다. 증여 후 양도소득세 절감 효과를 누리려면 기존보다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5년이나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직거래 비중 높아져


최근 매매 시장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끼지 않은 직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늘어난 증여 수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직거래 중 상당수가 증여를 가장한 친족 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305건 중 직거래는 62건(20.32%)이었다. 아파트 매매 거래 5건 중 1건이 직거래였던 셈이다.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중은 올해 6월 8.11%(전체 1827건 중 370건), 7월 11.41%(666건 중 76건), 8월 14.74%(685건 중 101건), 9월엔 20.32%(305건 중 62건)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행 세법상 부부 사이 혹은 6촌 혈족 등 특수관계인끼리 집을 사고팔 때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깎아도 세무 당국은 ‘정상 매매’로 인정해준다. 예를 들어 A씨가 7억원 초반이 시가인 노원구 집을 30%가량 깎아 B씨가 5억원에 사들이는 식의 거래를 해도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증여세는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데다 줄어든 집값만큼 취득세도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B씨가 내야 할 취득세는 550만원으로 줄어든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집을 증여할 때 별다른 제한이 없는 것과 달리 매매를 가장한 증여 때는 실제로 거액의 매매대금이 오가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게 많다”며 “그럼에도 집값 하락기에 세금을 덜 낼 요량으로 직거래를 통한 증여 시도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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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매매가 빈번해지자 정부가 거래 유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이 같은 거래 비중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1월 17일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행위 중 편법증여, 명의신탁 등이 의심되는 불법 거래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신고된 아파트 직거래다. 조사는 총 3차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된다. 중개거래도 당해 지역에 위치하지 않은 중개사 사무소를 통한 과도한 고·저가 계약은 조사대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중 편법증여·명의신탁 등 위법의심행위에 대해서는 국세청·경찰청·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는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했다. 국토부가 자체 집계한 결과 2022년 9월 기준 직거래 비중은 최고점인 17.8%를 찍었다. 같은 달 서울의 아파트 직거래 비율 역시 17.4%로 최고점을 기록했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특히 특수관계인 간(부모-자식, 법인-대표 등) 증여세 등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직거래하는 등 이상동향이 지속 확인되고 있다고 국토부는 지적했다.

국토부는 2021년 기준 연간 100만여 건에 이르는 주택 거래신고 내용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직거래 사례에 대해서는 직접 실거래조사를 하거나 지자체와 협업해 조사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모든 고·저가 직거래를 불법 거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 편법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점에서 위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하여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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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세무소 인근 세무 사무소 밀집 지역에서 한 행인이 사무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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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완화 세금 변화 살펴야


정부가 최근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지역을 풀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세금 이슈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11월 9일 2022년 제4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의결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세종을 제외한 지방 전체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경기도 전역, 인천, 세종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동탄2 등 경기도 9곳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또 수원 팔달·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동안, 안산,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처인, 고양, 남양주, 화성, 부천, 시흥, 오산, 광주, 의정부, 김포, 동탄2, 광교지구, 성남(중원) 등 경기도 22곳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렸다. 인천의 모든 지역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실거주’ 의무, 재당첨 및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청약규제가 풀리는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사라진다.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3주택째를 취득할 때부터 8~12%의 중과세율을 적용받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다면 그 지역에 2주택째를 취득하더라도 일반세율인 1~3%를 적용받는다. 다만 3주택째부터는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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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증여 시 취득세도 확 달라진다. 조정대상지역에 속한 공시가격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증여받을 때는 12%의 중과세를 적용받는다. 만약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된다면 공시가격 여부와 관계없이 증여취득세율을 3.5%로 적용받을 수 있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연내 증여를 서둘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난 셈이다.

한편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전국적으로 서울 25개 구와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경기도 4곳만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모두 해당하는 이중 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서울 일부도 규제지역에서 빼주는 방안을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탁 팀장은 “향후 정부의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예측해 절세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당분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증여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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