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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밤에 콘크리트 쳐 '구멍 140개'... 한빛 4호기 결함 보강 후 재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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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구멍·철근 노출로 가동 중단
원안위 "보수 및 87개 안전 검사 완료"
"주민 동의받아라" 지역 반발 여전
한국일보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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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격납건물 내부에서 공극(틈) 140개가 발생하는 결함 탓에 가동을 멈췄던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4호기가 5년여 만에 다시 전력 발전을 시작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점검·보수를 거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9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과 '임계 전 회의'를 열어 한빛 4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빛 4호기는 출력 상승 시험 등 후속검사 10개를 통해 안전성을 최종 확인한 뒤, 11일 오전부터 전력 생산에 돌입한다.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빛 4호기는 2017년 5월 정기검사에서 격납건물 내부에서 공극 140개가 발견되고 23곳에서 외벽 철근이 노출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공극 중에는 깊이가 157㎝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이에 원안위는 원전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등 안전 점검 및 보수 공사를 진행한 끝에 한빛 4호기를 재가동해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기준 두께 5.4㎜ 미만의 모든 격납건물 내부철판 교체 또는 공학적 평가 △임계 전까지 수행해야 할 87개 검사 △장기간 가동 중단에 따른 안전성 평가 등도 거쳤다. 가동이 중단된 지 5년 7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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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강재 미제거와 콘크리트 다짐 미진에 대한 그래픽.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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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4호기에서 공극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시공용 임시보강재를 제거하지 않아 구조적 형상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야간 타설을 진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원안위는 결론 내렸다. 밀집 부위 다짐 작업 검사 항목 등 절차는 2001년 이후 강화됐으나, 한빛 3·4호기의 타설이 진행된 1989년 당시에는 이런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점검 태스크포스팀(TF)에 따르면, 한빛 3·4호기는 다른 원전과 다르게 시공용 임시보강재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설을 진행했다. 원자로 격납건물 내부철판(CLP)의 변형방지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그 결과 콘크리트 다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도 문제였다. 대부분 낮에 타설을 진행한 다른 원전(야간 타설 한빛 5호기 1회, 한울 5·6호기 0회)과 달리 한빛 3·4호기는 전체 15회의 타설 가운데 8회가 밤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5년 7개월에 걸쳐 점검 및 보수가 이뤄졌지만 인근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았다. 5년 이상 가동이 중단됐던 만큼, 재가동을 위해선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격납건물 상단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원안위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모든 항목은 8일 원안위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상단부 역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게 원안위의 설명이다. 접근이 가능한 곳까지 점검을 완료한 데다 상단부는 구조물이 달라 공극이 거의 안 생긴다는 게 원안위의 주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공극이 생길 수 있는 1,800여 곳 모두에서 공극이 있다고 가정한 뒤 방사능 유출, 내진 등 구조건전성 평가를 진행했지만 기준값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한편 124개의 공극이 발견됐으나 깊이가 깊지 않았던 한빛 3호기(1995년 상업운전 시작)는 안전 검사를 거쳐 2020년 11월부터 재가동 중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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