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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국방과 무기

美 농구선수와 맞바꾼 '죽음의 무기상'…러 10년 공들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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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악명높은 무기 밀거래상 빅토르 부트(55)를 8일(현지시간)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맞바꾼 미 당국의 조치가 논란에 휩싸였다.

CNN·ABC·뉴욕타임스(NYT) 등은 이날 그라이너의 석방을 반기면서도 두 사람이 받는 혐의의 경중을 놓고 볼 때 "불균형적 교환" "블라디미르 푸틴의 외교적 승리"란 평가를 내놨다.

그라이너는 지난 2월 소량의 대마초 기름을 소지한 혐의로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된 후 수감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에 발생한 일로 그라이너가 '정치적 볼모'로 이용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반면 부트는 여러 반군과 테러 조직에 무기를 밀매해 '죽음의 상인'으로 악명을 떨쳤다. 미국에서 2012년 25년형을 선고받고 10년 넘게 수감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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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무기 밀거래상 빅토르 부트가 2010년 방콕에 수감됐을 당시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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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10년간 송환 공들인 부트는 누구



CNN은 "러시아 당국이 이례적으로 부트 한 사람의 석방을 위해 10여 년간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TV는 부트가 9일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뒤 어머니, 부인과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방송했다. 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짧게 답했다. 앞서 그가 그라이너와의 맞교환 장소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했을 땐 러시아 측 인사 두 명이 그를 반갑게 맞았다.

미 당국의 조사를 포함한 여러 조사에 따르면 부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금수 조치를 어기고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시에라리온 등의 반군 조직과 알카에다·탈레반 등 테러 단체에 무기를 팔았다. 미 법조계에선 당시 그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거래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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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러시아 국영 방송이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송환되는 부트의 모습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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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5년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악명 높은 무기 밀거래상을 연기했다.

미 당국의 오랜 추적을 따돌리던 부트는 2008년 태국 방콕에서 검거돼 2년 뒤 미국에 인도됐다. 그는 2012년 미 재판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해 미국 시민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중형을 선고 받았다.

NYT에 따르면 부트는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 18세에 옛 소련군에 징집됐다. 이후 러시아 군첩보기관으로 알려진 '외국어 군사 연구소'에서 공부한 뒤 공군 장교가 됐다. 전역 후 UAE로 건너가 항공수송업에 종사하다 무기 밀매를 시작했다.

부트가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과 매우 가깝다는 이유로 그가 러시아 정부의 지시를 받고 전 세계 분쟁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다만, 부트는 무기 밀거래와 러시아 당국과의 연관성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2009년 방콕에서 부트를 인터뷰한 CNN 기자는 그에 대해 "수다스럽고 사교적인 성향"이라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킨은 러시아가 이토록 부트의 송환에 공을 들인 이유에 대해 "푸틴과 러시아 관리들은 부트가 러시아 정보기관이 어떻게 테러 조직을 돕고, 해외에서 파괴 활동을 벌였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미 당국에) 제공할까봐 걱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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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9일 비행기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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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어리석다"...무기 밀매 재개 우려도



미 정치권에선 이번 교환에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어리석고, 비애국적"이라고 평했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교환은) 푸틴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이자,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석방에서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인 폴 휠런이 제외된 점에 유감을 표명했다.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본국으로 송환된 부트가 다시 무기 밀매에 나서 전 세계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선 이번 선례로 러시아가 다른 죄수 교환을 목적으로 더 많은 미국인을 포로로 붙잡으려 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반면 세르게이 마르코프 전 크렘린궁 고문은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능가했다"며 "우린 스파이를 되찾았고, 평범한 여성(그라이너)를 내줬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마리아 부티나 러시아 하원의원은 "러시아는 힘의 위치에서 협상했다"고 평했다.

논란과 관련,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NN에 "부트가 다시 거리로 돌아가도(석방돼도), 우린 이 나라를 지키는 데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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