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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운 이승기, 갑질로 울린 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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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이승기. 사진 ㅣ스타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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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사회에서 갑질 문제는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연예계도 잊을만 하면 스타들과 관련된 ‘갑질’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갑질’ 문화의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연예계는 그 어떤 분야보다 개성이 존중되고 창작의 기회가 열린 곳 같지만, 반대로 ‘그들만의 리그’라 불릴 정도로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이따금 방송사를 비롯한 제작사, 소속사, 스타의 갑질 문제가 끊임 없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갑질 논란은 폐해가 쉽게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후유증은 크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갑질 권력’이라는 칼날은 영혼을 멍들게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참고 인내하고 버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탈출할 만한 돌파구를 찾기란 더 어렵다는 것. 이미지가 생명이나 다름 없는 연예계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모두 포기하고 은퇴도 불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모두를 놀라게 한 이승기 사태가 대표적이다. 톱스타 이승기가 그런 부당 대우를 받으면서 왜 여태껏 참았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 이승기는 최근 자신이 18년 동안 몸 담았던 소속사 후크 엔터테인먼트(후크)를 상대로 정산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런 가운데 27장의 앨범을 낸 이승기가 그동안 소속사로부터 음원 수익을 ‘한푼’도 못 받았다는 속사정이 공개됐다.

이승기의 내용증명을 받아본 후크 권진영 대표는 “내 이름을 걸고 죽여버릴 거야” “내 나머지 인생을 걸고 그 XX를 죽이는데 쓸 거야”라며 격노했다.

벼랑 끝에 섰다고 여긴 이승기는 “37살 열심히 일하며 사는 제가 왜 18살 고등학생처럼 욕을 먹으며 주눅 들어야 하는지 참담합니다” “이제 변호사를 통해 얘기하겠습니다” “대표님의 음해와 협박으로 제가 연예인 못한다면 그것 또한 제 운명이겠죠”라며 소속사 이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무소불위 권력자로 군림한 권 대표에게 이승기가 반항 한 번 못하고 연예계 생활을 이어온 것은 미스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연예계란 곳은 이를 노출하기 더 어려운 곳이다. 얻는 것 보다 잃을 게 더 많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이승기는 전부 다 잃을 것을 각오하고 힘겨운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승기 논란을 지켜보며 “‘오랜 기간 동안 ‘너는 마이너스 가수야’ ‘너는 음원 수익을 내지 못했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의를 제기하려고 해도 소속사로부터 묵살을 당하고 비하를 당했고, 그 결과 심리적 지배 단계에 있던 것이 아닌가 판단이 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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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범수. 사진 ㅣ스타투데이DB


신한대 공연예술학부 학부장인 배우 이범수의 갑질 논란은 결이 좀 다르다. 매니저나 업계 관계자가 아닌 학생들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재학생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범수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글을 올려 이범수가 부자 학생을 A반, 가난한 학생을 B반으로 나눠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업 중 가스라이팅과 인격 모독, 심한 욕설을 일삼았다며 이로 인해 재학생 절반이 자퇴했다고도 했다.

이범수 측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소속사 빅펀치 엔터테인먼트는 “학생들을 차별했다거나, 폭언을 가한 적은 없다. 이 밖에 다른 의혹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신한대 총장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사태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8일 신한대 강성종 총장은 “철두철미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문을 내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가해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반드시 한다는 것”고 선언했다.

강 총장은 “갑질은 우리가 단순히 생각하듯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문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갑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신분과 위치를 이용해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무례하는 행동 모두를 말한다”며 “특히 교수는 학생의 평생에 영향을 끼치는 교육자이면서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는 갑의 위치에 있다”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범수의 경우 진위 여부는 조사를 해봐야 드러나겠지만, 의도치 않았다 해도 상처를 받은 이들이 있다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몇 해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파악한 불공정 행위를 살펴보면 ‘적정한 수익 배분 거부·지연 등 정당한 노동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64.3%로 가장 많았고,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거나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하는 ‘갑질’ 신고가 19.5%로 나타났다. 이어 ‘예술·창작 활동 방해나 부당한 지시·강요’(13%) 등이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연극계가 33.5%로 가장 많았고, 연예계 18.2%, 만화 분야 16%, 음악계 12.4%, 미술계 11.1% 순이었다.

대부분의 갑질 문화는 일단 개인의 인성 문제에서 비롯된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과 권력에 대한 자기도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아직도 일상 곳곳에 있는 갑질 문화는 당연시 여겨지기도 한다. 비뚫어진 우월감과 인식 개선, 노동에 대한 수익구조 개선, 제도적 감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갑질 폭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소속사 대표의 갑질을 폭로하며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보이그룹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참지 않으면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로 도전하는 꿈이라 불미스러운 일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인권 침해나 갑질, 폭행, 폭언은 아직도 구시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피해자, 가해자를 떠나 갈등에 놓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감이 따르고 이후 행보에서도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참고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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