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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 봉쇄가 더 큰 위협됐다"…'후진국형 질병' 덮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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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에서 대표적 후진국형 질병인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접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방역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말라리아는 열원충에 감염된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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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4일 평양 동대원구역에서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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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공개한 '2022 세계 말라리아 보고서'(World Malaria Report 2022)에서 "지난해 북한 내 말라리아 발병 환자는 2357명에 달하며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북한 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지난 2012년에 2만1850명을 기록한 후 매년 감소해 2020년에는 1819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환자 수가 전년 대비 22.8% 증가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국경 봉쇄로 대북 보건·의료지원 활동과 관련 물품 지원에 차질이 있었던 것이 북한의 말라리아 통제에도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말라리아 발병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2019년 559명, 2020년 385명, 2021년 294명을 각각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408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지역에서 환자 발생이 늘었다. 실제로 올해 경기도 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236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58%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북한과 협력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북한 말라리아 퇴치사업을 시작한 2001년 당시 북한 내 말라리아 환자 수는 30만명에 육박했는데, 2년 뒤인 2003년에 6만 559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는 한국 내 환자 감소로 이어졌는데, 같은 기간 2556명에서 1171명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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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단체들이 2007년 3월 북한 내 홍역이 확산되자 긴급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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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후진국형 질병인 결핵도 문제다. WHO는 지난 10월 말에 발표한 '2022 세계 결핵 보고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을 결핵 고위험국으로 분류했다. 보고서에선 지난해 북한 내 결핵 환자 수를 2020년에 비해 2000명 정도 감소한 13만 3000여 명으로 추정했다. 다만 국제기구 요원들이 철수해 직접 점검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 나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앞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은 지난 1일 미국의 소리(VOA)에 "11월 말 열차를 통해 (결핵용) BCG 백신 3만2천860회분과 홍역·풍진 백신 6만9천50회분, 파상풍 백신 4만3천330회분, IPV 소아마비 백신 1만7천400회분, 혼합백신 54만2천100회분이 북한에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유진벨재단도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결핵 치료 지원과 관련한 제재 면제를 승인받았다.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 의약품을 지원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들 지원 물자들이 북한 내 필요 지역으로 배분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남포항, 의주공항 등에 마련한 적제장에서 외부 화물을 일정 기간 격리한 뒤 내륙으로 이송하기 때문이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국경 봉쇄가 3년째 이어지면서 대북 지원단체들 사이에선 '제재보다 국경 봉쇄가 더 큰 위협'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며 "인도적 지원 사업의 차질로 북한 내 취약 계층의 영양·건강 상태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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