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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란 보안군, 고의로 여성 시위대 얼굴·가슴·성기에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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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얼굴과 가슴, 성기를 겨냥해 산탄총을 발사하고 있다는 의료진의 증언이 나왔다.

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당국의 체포를 피해 몰래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을 인터뷰해 이 같이 보도했다. 이들은 가디언에 “남성들은 다리나 엉덩이에 주로 산탄총을 맞은 것과 달리, 여성들은 가슴과 성기 부분에 총상을 입고 실려온다”고 증언했다.

이란 당국이 인터넷 차단으로 유혈 진압의 실상을 은폐하고 있으나 의료진이 제공한 사진들은 근거리에서 온몸에 산탄총을 맞은 부상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의료진들은 또한 여성, 남성, 어린이를 불문하고 시위 현장에서 눈에 총을 맞은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고 밝혔다. 의료진들은 “이란의 젊은이 수백명이 부상으로 평생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고 유혈 진압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중부 이스파한 주의 한 의사는 “군경이 여성 시위 참가자는 남성과 다르게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기에 2발의 총상을 입은 20대 초반의 여성을 치료한 사례를 들려줬다. 이 의사는 “부상자는 군경 10명이 자신의 주위를 빙빙 돌며 성기와 허벅지에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면서 “허벅지 안쪽에 박힌 10개의 파편은 쉽게 제거됐지만, 2개는 요도와 질 입구에 끼어 있어 제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뷰한 모든 의료진들은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친정부 성향의 바시 민병대를 포함한 군경이 폭동 진압 시 중요한 장기를 피해 발이나 다리에 사격하는 관행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헤란의 한 외과 전문의는 시위 초반이었던 지난 9월 16일 시위 현장을 지나다가 얼굴에 총을 맞은 25세 남성을 치료한 사례를 전했다. 그는 “파편이 그의 눈과 머리, 얼굴에 박혀 있었다. 그는 두 눈 모두 거의 실명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 남성은 시위 현장에서 근거리에 쏜 총에 맞아 시력을 잃은 수백명의 부상자 중 한 명일 뿐”이며 “실제로 눈에 총상을 입은 부상자의 사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400명이 넘는 이란의 안과 전문의들은 보안군의 의도적인 총격으로 인한 시위대의 실명에 경고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안과 전문의는 “머리와 얼굴에 18개의 파편이 박힌 20세 남성을 비롯해 시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은 환자 4명을 치료했다”고 했다. 그는 “평생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났다”면서 “최근 동료 의사들로부터 비슷한 사례를 많이 들었으며, 시위 현장에서 눈을 다친 사례는 1000건이 넘는다”고 했다.

가디언은 이란 외교부에 이 같은 의료진 진술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의문사한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지난달 말 이번 시위로 인해 4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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