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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진실화해위 "경찰, '이춘재 사건' 누명 피해자에 인권침해 불법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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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020년 12월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가운데)가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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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수원·청주에서 여성을 상대로 강간 및 살인을 저지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이들이 경찰로부터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받았다고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9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전날 열린 제48차 위원회에서 '이춘재 살인 누명 피해자 사건'의 진실을 규명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 등 7명이 지난해 1월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고, 관련 조사는 지난 5월 시작됐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체포·가혹행위·자백 강요·증거 조작 및 은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찰은 진범 이춘재가 아닌 다수의 용의자를 비과학·인권침해적 수사 방법으로 붙잡아 누명을 씌웠다.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에 거주하거나 배회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아 피해자들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구체적인 물증이나 목격자 진술이 나오지 않자 경찰은 피해자들을 추궁할 목적으로 별건의 강제추행 혹은 절도 등 혐의로 주민들에게 고소장을 제출하도록 했다.

피해자들을 연행할 때도 그 사유와 변호사 선임 권리 등을 담은 이른바 미란다 원칙 고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연행 후에는 잠 안 재우기·서류철 등으로 구타·쪼그려뛰기 등 가혹행위로 자백을 강요했다.

이렇게 재판에 넘겨진 윤성여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억울하게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2020년 말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혐의 없이 풀려난 피해자들 역시 일상적인 감시와 임의동행, 주변 탐문 등 과잉 수사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화해위는 "경찰이 행한 행위는 직권남용·불법체포·폭행·피의사실공표·공문서 위조 등에 해당하며 이를 알고 있던 담당 검사에도 직무유기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국가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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