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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업, 지자체가 가진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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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하상용 회장이 말하는 혁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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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버클리대학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업 내부의 R&D 활동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폐쇄적 혁신’이라면, ‘개방적 혁신’이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의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이었다. 즉, 기술과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의미였다.

이후 ‘오픈 이노베이션’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의 창업기업 육성, 민관 협력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제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공분야에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오는 12월 15일 판교 창업존에서 열리는 2022년 창조경제혁신센터 공동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는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 하상용 회장(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만나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금 몸담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궁금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혁신 창업의 허브로서,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지역 창업전문기관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은 세 축으로 나뉜다.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공투자자로서 제 역할을 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끄는 일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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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이 아직은 생소한데….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대기업의 추진력, 인프라와 자원 집중력,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과 신속한 실행력이 결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사업을 찾는 과정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태동했을 당시부터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서 공공엑셀러레이터(초기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하여 사업 공간, 멘토링, 투자연계 등을 제공하는 창업기획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키워드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키워드로 바뀌면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에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ESG 경영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기업 내부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다만 이 애로사항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해결하면서 양쪽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파트너로서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발전해나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이렇게 문제 해결에 이른 구체적인 성과를 듣고 싶다.

“예전에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짠 홉을 모두 버렸다. 그런데 이 골칫거리였던 맥주 부산물을 활용해 푸드 업사이클링을 하는 ‘리하베스트’라는 혁신기업이 있다. 이 혁신기업은 맥주 부산물을 통해 에너지바의 원재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고, 맥주 회사에서는 맥주 찌꺼기를 폐기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 이후 혁신기업은 이에 착안해 식혜를 짜고 난 겉보리나 참기름을 짠 깻묵 등을 활용한 다른 식재료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맥주 회사에서도 이 에너지바를 만들기 위한 공장을 지어주겠다고 나섰다. 인간 중심 기술로 노화문제를 해결하는 ‘실비아헬스’라는 혁신기업도 있다. 이 혁신기업의 경우 최근에는 금융사와 연결, 임직원들의 정신건강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에서는 임직원들의 상담을 진행해본 이후 앞으로 VIP 고객에게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왔다. 경쟁이 치열한 금융업계에서 VIP를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고민하던 중 좋은 아이템을 발굴하게 된 것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공엑셀러레이터로서 가진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창업 지원을 하는 기관은 창조경제혁신센터 말고도 아주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 지원이 시제품 제조에 몰려 있고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말하자면 중학교 과정까지만 가르치고 사회로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창업 생태계가 분절돼 있다. 그런데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과정을 모두 아울러 전주기 지원을 할 수 있다. 시작에서부터 도약까지 전 과정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하려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중요시해야 할 관점은 무엇인가.

“각 지역마다 자리 잡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 역할을 해내는 동시에 지역 특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인공지능, 전기차, 헬스케어 등 각 지자체가 특화 분야를 정해 해당 기업들을 유치하려 경쟁을 벌이지만, 막상 시민들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느끼는 효용이 없기 때문이다. 노인 문제, 안전 문제, 교통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창업자의 아이디어로 풀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차와 보행자의 흐름에 맞춰서 신호등이 바뀌는 등의 소소한 변화가 생기면 시민들의 마인드도 바뀔 것이다. 시민들로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경험하는 셈이고, 창업자에게는 이들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5곳의 혁신도시가 있다. 이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데, 이 공공기관 역시도 내부에 해결하고 싶은 문제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역 내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과 함께하면서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열어도 좋다. 창업기업의 경우 테스트베드를 찾지 못해 현장에 적용이 어려웠는데, 이런 기회를 얻어 발전해나갈 수 있고, 나아가 다른 기업에 이 성공사례를 퍼뜨릴 때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지자체, 공공기업, 대기업만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중견기업, 중소기업 역시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 중견기업, 중소기업, 혁신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 관련 전문가, 19개 혁신센터 센터장, 관계기관 담당자까지 모두 모이는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를 앞두고 있다.

“12월 15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판교창업존(기업지원허브) 6층에서 진행된다. 강연을 비롯해 토크콘서트, 혁신센터 오픈 이노베이션의 우수사례 발표, 네트워킹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 스타트업, 혁신센터 등 생태계 플레이어들 간의 인식격차를 줄이고, 차년도 혁신센터 오픈 이노베이션 사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생태계 전문가들과 혁신센터 실무자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싶다.”

-앞으로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는 어떻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는가.


“아직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이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행동으로 옮기는 많은 이들이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개념이 더 널리 확산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골치 아픈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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