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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 15억 초과 아파트 주담대 가능 “그런다고 집 사나?” ‘당근’에도 시장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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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1월 10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규제지역 해제’를 골자로 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연착륙을 유도해 훗날 닥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11·10 부동산대책’으로 12월 1일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도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50%로 일괄 상향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11월 10일 ‘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업권 감독 규정안을 발표했다. 대출 규제 완화 방안 시행 시기는 당초 내년 초로 예정됐지만, 이를 12월 초로 앞당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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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일부 규제를 풀어준 데 이어 연내 발표를 예고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 수위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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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에 대한 LTV가 50%로 단일화된다. 기존 제도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LTV가 40%까지 적용됐다.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주택과 15억원 초과 주택은 각각 20%, 0%가 적용됐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9억원 이하 주택에 LTV 50%가 적용됐다.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주택, 15억원 초과 주택에 적용되는 LTV는 30%다. 이처럼 차등으로 적용되던 LTV가 50%까지 일괄 적용되면서 초고가 주택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에 대한 LTV 우대 대출 한도는 현행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된다. LTV 우대 폭 역시 20%포인트로 단일화된다. 서민과 실수요자는 6억원 한도 내에서 LTV를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규제 완화를 적용해 연 소득 5000만원인 무주택자가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16억원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다음 달부터 3억5500만원(4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대출금리 연 4.80% 가정)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연봉 1억원 상당 직장인이 같은 조건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최대 대출 금액은 7억원까지 확대된다. 소득과 상관없이 집값이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 자체가 불가능했던 기존과 달리 수억원대 대출이 가능해지면서 초고가 주택 매입 허들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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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내 거래 활성화 어려워


다만 이같은 규제 완화가 당장 부동산 시장 거래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TV를 50%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해도 금리 급등으로 인한 원리금 급증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인 40%를 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연 소득 1억원이 넘어야 DSR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LTV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은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는 점도 변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40.13㎡은 지난 9월 6일 73억원에 매매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달 3일 71억5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지며 신고가를 찍은 지 사흘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기는 했지만 한강뷰 등 프리미엄이 확실한 단지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고, 이 같은 매매는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 수요자들이 나서는 경향이 강한 만큼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려면 결국 DSR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업계 등에서는 정부가 DSR 규제만큼은 아직 건드리지 않는 것에 대해 가계부채 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DSR 규제까지 완화되면 자칫 가계 채무 상환 부담만 늘려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불안전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DSR는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이다. 지난 7월부터 적용된 현행 DSR 규제에 따르면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연 1억원 소득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00만원을 넘어서면 갚을 능력 범위로 돈을 빌렸다는 판단이다. DSR 계산에 사용되는 총대출액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일반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대출, 카드론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은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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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1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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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DSR 규제는 유지하고 다른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주거 사다리’ 형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주형 금융위원장은 최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과도하게 유지돼온 부동산 대출 규제를 정상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DSR 규제가 유지되면 고소득자를 제외하고 LTV 등 다른 대출 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 무주택자의 경우 14억원 아파트 구입 시 LTV가 완화돼도 주택담보대출(40년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금리 4.8%) 한도가 기존보다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DSR 규제 등이 유효한 상황에서 LTV 40%가 적용되는 지역이 50%가 돼도 시장에서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약 시장 진입 장벽 낮아져


규제지역이 대폭 해제됐다는 점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경기도 모든 지역과 인천, 세종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수원 팔달·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동안, 안산,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처인, 고양, 남양주, 화성, 부천, 시흥, 오산, 광주, 의정부, 김포, 동탄2, 광교지구, 성남(중원), 인천 중·동·미추홀·연수·남동·부평·계양·서구가 대상이다.

비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되면서 우선 청약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규제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12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는다. 세대주·세대원이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청약을 할 수 있고, 재당첨 제한이 없다는 점도 수요자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민영주택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따지는 가점제 적용 비율이 낮아진다. 청약 가점이 낮은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들의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이 다소나마 용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규제지역 가점제 적용 비율은 전용면적 85㎡ 이하는 40%로 낮아지고, 전용면적 85㎡ 초과는 100% 추첨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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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범위가 확대된 점도 청약 대기 수요에게는 유리한 요인이다. 기존 중도금 대출 보증은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된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이번 규제 완화 발표로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분양 시장에 청약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둔촌주공을 비롯한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분양을 앞둔 광명뉴타운 등 수도권 주요 단지가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수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존 규제지역이 비규제지역이 되면 유주택자 입장에서는 세금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된다. 1주택자가 비규제지역에서 집을 추가로 살 경우 취득세는 일반세율(2주택)이 적용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규정도 완화된다.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역시 규제지역에서는 2년 거주·2년 보유를 모두 충족해야 하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보유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종합부동산세는 2주택 이상 중과에서 3주택 이상 중과로 변경된다. 주택을 증여할 때에도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대출 규제 완화와 마찬가지로 규제지역 해제가 당장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 해제는 청약, 여신, 세제와 관련해 구입 장애가 없어진 것으로 거래 당사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규제지역 해제로 인한 매수 의지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돼 이로 인한 빠른 거래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수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진 상황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함 랩장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며 “매매가격 상승이 정체된 상황에서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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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는 기대감


향후 이뤄질 규제 완화 방안으로는 규제지역 추가 해제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정 완화 등이 거론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지역 완화가 수차례 이뤄진 만큼 남은 규제지역 해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서울 일부 지역 역시 규제지역에서 해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1월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5585건으로 지난 11월 10일 5만7370건 대비 3.1%(1785건) 감소했다. 이 같은 매물 감소는 규제 해제에 대한 집주인들의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이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집주인의 기대감이 원인인 것 같다”며 “서울도 최근 들어 낙폭이 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권 일부 지역에 대해서도 규제지역 일부 해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2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안을 예고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안전진단 강화로 정비사업이 위축되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기준 가운데 구조 안전성 비중을 낮추고, 주거환경 배점을 높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차 안전진단’으로 여겨지는 적정성 검토는 이 단계에서 재건축이 막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맡기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사업 시작 자체가 어렵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때문에 정비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은 만큼 안전진단 기준 완화만으로는 재건축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석환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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