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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돈줄 막은 한전, 전기요금 대폭 못 올리면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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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한전이 ‘식물 상태’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한전은 올해에만 30조원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돼 당장 회사채 한도가 늘어나지 않으면 유동성 쇼크에 빠질 수 있다. 회사채 발행이 막히고 적자를 만회할 만큼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되지 않으면 에너지 및 자금 시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전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한전 재무위기 대책 논의를 위한 관계부처 긴급 회의를 연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기존 자본금과 적립금 등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에서 5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한전법 개정안은 출석의원 203명 중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과반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조선비즈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 제14차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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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간 합의를 통해 본회의까지 올라온 한전법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신청한 반대토론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이의원은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고, (한전채가 쏟아져) 자금시장을 더욱 경색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전기요금 정상화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발행한도를 아무리 늘려줘도 (한전은) 결국 자본잠식과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전기요금 정상화를 강조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낮추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요금은 민생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인상될수록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치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강제로 억눌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후 원가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파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한전은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다. 지난달에만 총 4조3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1981년 한전 설립 이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현재까지 누적 사채 발행액은 66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한전의 사채 발행한도는 91조8000억원이다. 내년 3월 주주총회 전까지는 사채 발행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로는 한도가 20조원대로 떨어져 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워진다.

정부와 한전은 내년 3월 전까지 한전 사채 발행 한도가 늘어나지 않고 전기요금이 대폭 오르지 않으면 경제 전반의 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발전사에 전력구매비를 지불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한전의 위기가 다른 발전사에도 번져 전력시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한전이 진행하는 사업과 투자가 순차적으로 중단돼 전력 설비의 유지·보수라는 필수 기능까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이 회사채를 매달 발행하는 이유는 만기가 도래한 빚을 갚기 위한 것도 있는데,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자금시장의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채권 발행이 막히면서 전기요금도 당초 정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면서 정부는 물가 상승 국면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준비 중이었는데, 한전 사채 발행이 막히면 전기요금을 가파르게 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전기요금을 올린다 해도 한전의 적자를 해결하는 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안팎에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양이의원 지적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말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자금조달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상만 외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수익을 통한 자기자금과 차입을 통한 외부자금으로 운영하고 투자하는 것”이라며 “100% 자기자금만 투자하는 기업이 최선이라고 할 수 없는데, 전기요금 하나만으로 기업을 운영하라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야당이 결국 전력시장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소속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이 지금과 같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게 된 것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통감하지는 못할망정,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법안 처리마저 지연시키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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