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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동성혼 법적 인정 눈 앞… 상하원 법안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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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서 찬성 258 대 반대 169로 가결
대법원 뒤집기 전 '동성혼 권리' 성문화
한국일보

5일 미국 워싱턴 연방대법원 밖에서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활동가가 LGBTQ 권리 보장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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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동성 간 결혼 효력을 전국적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보수 성향으로 기운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낙태)권 보장 취소를 시작으로 동성 결혼 권리마저 폐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를 미리 법으로 성문화하려는 의도다. ‘평등한 결혼권’ 보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성혼을 인정하는 ‘결혼존중법’을 찬성 258표, 반대 169표로 가결했다. 하원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했으며, 공화당에서는 39명이 찬성하고 169명이 반대했다.

동성 결혼에 부정적이었던 공화당 상하원 의원 일부가 동의로 돌아서면서 법안 통과가 급물살을 탔다. 법안은 이제 대통령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상원 통과 당시 “법안을 받는 즉시 신속하고 자랑스럽게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이미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오베르게펠 대 호지)로 동성결혼 권리가 전국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보수 성향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폐기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동성 결혼 판례도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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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왼쪽 두 번째) 하원의장과 하원 의원들이 '결혼 존중법' 가결을 환영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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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직 대법관 가운데 가장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 받는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권은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문에서 동성결혼 권리를 인정한 판결도 잘못됐다면서 폐기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례가 뒤집혀도 동성 결혼을 인정할 근거가 되는 연방 법률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미국 의회에서 시작됐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결혼을 ‘남녀 간의 일’로 규정해 동성혼 부부에게는 결혼 관련 연방 복지 혜택을 금지한 1996년 '결혼보호법'을 폐지했다. 그러나 법안은 모든 주 정부가 동성혼 부부에게도 결혼 허가증을 발급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주에서 한 결혼이더라도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면 그 결혼을 성(性), 인종, 민족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다.

동성혼이 합법인 주에서 한 결혼을 미국 전역에서 인정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은 동성혼을 반대하는 보수 종교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내용도 포함했다. 종교단체에 동성을 위한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강제하지 않으며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종교단체의 비과세 자격을 박탈하지 않는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는 56만8,000명의 동성혼 부부가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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