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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작가, 고증 오류+중국풍 논란에 직접 답했다 "한국풍 즐겨주길"[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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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박서현기자]
헤럴드경제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하우픽쳐스)을 집필한 박바라 작가가 작품의 집필 계기부터 기억에 남는 시청평까지, 드라마 팬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공개한다.

1. 먼저 긴 대장정을 마치셨습니다.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획부터 방송까지 꼬박 3년이 걸린 작품이었습니다. 집필하는 동안 다섯 살이었던 딸은 여덟 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제 딸아이와 ‘슈룹’을 함께 키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둘 다 생각보다 잘 커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길었던 대장정이 끝나니 우선은 굉장히 시원합니다. 그런데 슈룹(우산)을 바로 접어버리면 좀 아쉬울 것 같아서 아직은 그 그늘 아래 서 있는 상태입니다. 저에겐 첫 번째 작품이라 너무 특별했고 감사한 일이 많았던 작품이라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2. '슈룹'은 작가님의 단독 집필 데뷔작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데뷔작을 김혜수, 김해숙 배우 등 명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은 어떠셨나요? 캐스팅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셨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캐스팅 소식을 접했던 날이 만우절이었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볼을 꼬집었는데도 안 아팠거든요. 그 정도로 “정말? 진짜로? 그분들이 내 작품에 나와주신다고?”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스타분들이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작가를 선택해 주신 거니까요.

리딩 때 첫마디가 “출연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였습니다. 진심이었고 앞으로 좋은 글을 써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김형식 감독님께서 캐스팅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는데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님들을 모셔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인물부터 특별출연해 주시는 배우님들까지 제 눈엔 모두 찰떡이었습니다.

3. '슈룹'은 얼마 동안 준비하신 작품인가요? 집필을 위해 어떤 공부를 하시고 취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집필하시면서 가장 고민했던 스토리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본 집필부터 방송까지 꽉 채운 3년이 걸렸습니다. ‘슈룹’은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왕실교육을 가장 중점으로 공부하고 취재했습니다. 배동 선발전과 경합 부분에서는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시강원과 종학 교재를 중점으로 봤습니다. 대사 한 줄을 쓰는데도 논문, 조선왕조실록, 서책을 살펴야 하니 사실 중간중간 한탄도 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내용을 자문까지 받아야 해서 다시는 사극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사극의 매력에 푹 빠져서 썼습니다.

더불어 집필하면서 가장 고민되던 스토리는 권의관(김재범 분)과 대비(김해숙 분)의 최후였습니다. 윤왕후(서이숙 분)의 아들로 형들의 복수를 위해 비극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던 권의관을 ‘악인’이라고만은 볼 수 없으니 그에게 어떤 최후를 줘야 하나 고민됐습니다. 또 본인의 욕망을 위해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대비는 누가 봐도 악인이니 권선징악으로 징계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사실 현실에선 죄지은 사람들이 더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으니 굉장히 고민됐습니다.

그래서 초고에는 대비를 죽이지 않고 살리는 버전이 있었습니다. 더 바짝 고개 들고 살며 “아무도 날 벌하지 못해!”라는 꼿꼿함으로 죄를 짓고도 타격 없이 살아가는 비극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결말에 찝찝해했고 저도 시간이 갈수록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비가 과거의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최종 수정됐습니다. 현실에서는 벌하지 못하는 상황이 더 많지만 드라마에서라도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슈룹'은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캐릭터들로 신선하다는 평이 자자했습니다. 무엇보다 ‘궁에서 가장 발이 빠른 중전’이라는 주인공 화령의 설정이 기품이 넘치던 중전 캐릭터와는 아주 상반된 모습이었기 때문인데요. 단지 똑똑하고 지혜로운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설정을 넓히신 이유가 있을까요?

중궁전 보료 위에 앉아서 아랫사람의 보고만 받는 중전마마를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역사의 기록을 보면 화재가 났을 때 자리를 비운 임금을 대신해 화재를 진압했던 중전마마가 계셨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지아비에게 갑옷을 입혀 임금을 만들고 왕비가 된 여인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왕이 역사를 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질서를 구축했던 조력자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록은 왕의 그림자만 빼고 숨소리까지 기록했다는데 겹겹이 싸인 구중궁궐 안을 들여다보면 온갖 사건 사고를 막고 다니느라 발 빠르게 움직이던 누군가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또한 화령의 캐릭터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설정을 넓힌 이유는 그녀가 권력을 지닌 왕비이기 때문입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반칙을 쓰려는 이들을 막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는 자들에겐 불도저처럼 찾아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보여줍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제대로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지켜주기도 하고 가차 없이 징계하기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더 기품 있는 중전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기존 사극과 색다른 시선을 가지다 보니 고증 오류와 중국풍 논란에 대한 이슈도 있었습니다. 특히 작가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퓨전 사극의 경우 창작의 자유와 철저한 고증의 문제가 엄격하게 따라붙기도 하는데요. 집필을 맡은 작가로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요?

‘슈룹’을 집필하면서 한 줄의 대사를 쓰기 위해 수많은 논문과 실록과 책을 살펴보았고, 책문, 종부시, 택현, 신방례, 호슬, 예체, 왕실교육법, 지식법, 사신 수련법, 관상감 관천대, 가장사초, 의창, 배동, 시강원, 종학, 계영배 등 다양한 고유 전통 등을 '슈룹'을 통해 소개하였습니다. '슈룹'이라는 제목 역시 순수 우리말로 고안하였고요. 또한 '슈룹'에서는 아름다운 한복과 비녀는 물론 전통적이고 비견할 수 없는 멋진 풍경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김치 등을 비롯한 한국 고유의 음식도 소개됩니다. 해외에서 '슈룹'을 향해 호평을 보내준 데에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인들 대부분이 외국어 교육에 많은 공과 시간을 소진합니다. '슈룹' 역시 교육을 소재로 하는 만큼 외국어를 빼놓을 수 없었고 기획 초반에는 그 당시 대표 외국어였던 중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황귀인 등의 설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청의 불편함을 최소화로 하기 위해 여러 설정은 제외 및 수정하였으나 '물귀원주'라는 자막이 남는 실수가 있었고, 방송 즉시 수정 조치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다시 한번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태화’는 고려 시대부터 사용해 온 아주 흔한 한자이며, ‘슈룹’ 속 모든 명칭들은 제작 과정부터 전문가에게 한자 자문을 받은 것입니다. '본궁'이란 단어 또한 황원형이 감히 중전이 말하는데 끊는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본인인 중궁(=중전)’의 말이 안 끝났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을 뿐입니다. ‘슈룹’엔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한국 고유의 것이 나옵니다. 열심히 찾아 준비한 만큼 화면에 나오는 한국풍을 맘껏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판과 잣대, 그리고 이로 인한 개선도 관심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 외 저뿐 아니라 저의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악의성 짙은 비방과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의 행위 등은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뿐만 아니라 퓨전 사극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있어야 기획과 제작이 가능한 장르입니다. 상상력의 범주에 놓여있는 내용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고증의 잣대를 대면 상상력이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또한 활발히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저 역시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6.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전무후무한 중전 캐릭터를 만든 김혜수와 무소불위 권력자를 오롯이 표현한 김해숙의 대치 연기는 늘 압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등감이 내재된 군주를 표현한 최원영의 입체적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셨던 캐릭터의 모습과 싱크로율이 잘 맞은 배우는 누구인지, 이와 반대로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슈룹’을 방송으로 보면서 ‘정말 난 복이 많은 작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화령을 연기해 주신 김혜수 배우님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카리스마 있다가 또 부드럽다가 위트도 있는 화령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특히 5회 세자가 죽을 때 오열하는 화령의 연기를 보고 김혜수 배우가 아니라 정말 자식을 잃은 화령으로 보였습니다. 그날 눈이 퉁퉁 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대비마마이신 김해숙 배우님이 계셔서 시너지 효과가 더욱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 배우님이 제 대사를 읽어줄 때 희열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화령과 대비가 붙을 때는 모든 내용을 아는 데도 몰입도가 대단했습니다. 화령과 대비 씬은 모든 씬들이 좋았지만 1회 후반부에 아픈 세자를 앞에 눕혀놓고 하는 두 여인의 씬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모친과 아내 사이에서 이호가 중심을 잘 잡아 준 것 같습니다. 임금의 고뇌와 지아비로서의 감정, 자식과 아버지로서의 입장을 모두 다르게 표현해 주신 최원영 배우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또 왕자들과 대신들 후궁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드라마를 빛내주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특히 상궁라인의 신상궁(박준면 분), 남상궁(이정은 분), 오상궁(유연 분)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주셨고, 캐릭터 싱크로율 1위는 황원형 대감인 김의성 배우셨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배역은 고귀인(우정원 분)과 계성대군(유선호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남대군을 해준 문상민 배우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습니다. 다른 왕자들도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믿는 구석’입니다. 비가 와도 두렵지 않고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느낌, 저에게 그런 존재는 ‘엄마’입니다. 저도 엄마가 되었지만 제 자식에게 그런 믿는 구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서 까불어도 실수해도 다쳐도 내가 든 슈룹 아래 와서는 내 아이가 다시 눈치 보지 않고 까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우산을 안 잃어버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날 계속 비가 오는 것입니다. 계속 들고 있어야 하니까요. 사실 비는 싫지만 엄마가 제 곁에서 오래오래 슈룹을 들고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7. 마지막으로 '슈룹'을 시청해 주신 분들을 향한 인사 말씀과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드라마톡에 있는 내용을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슈모닝으로 시작해 슈나잇으로 끝나며 ‘슈룹’을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슈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또 커피숍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길을 지날 때도 ‘슈룹’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너무 감사해 안아드리고 싶은 걸 꾹 참았습니다. 해외에서도 평이 좋고 인기가 많아 기쁩니다.

‘슈룹’을 보고 한복, 비녀, 소품, 한국의 경치에 관심을 가지신다고 들었습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순위를 보고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되겠구나’라는 힘을 얻었습니다. ‘슈룹’을 아껴주시고 시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드라마를 계속 쓸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아직 제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 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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