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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가계대출은 줄었는데 기업대출은 '폭증'…커지는 부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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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자 1천646만명 중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 수준이 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90% 초과 대출자는 120만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90% 초과 대출자는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세금만 내도 원리금을 못 갚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금리 현수막. 2022.11.09. kch05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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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급격한 금리인상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반면, 기업대출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전날 각각 '2022년 11월중 가계대출 동향'과 '2022년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3조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전년동월 대비 증가율은 -0.3%로, 이는 2015년 통계집계 이래 첫 감소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전세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전월(2조원) 대비 증가폭이 축소되며, 지난달 5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지난 2016년 1월 통계 편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대출 금리가 치솟자 월세로 전환하거나,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차주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7일 기준 연 5.93~7.51%로 금리 상단이 7% 중반대를 나타냈다. 전세대출 금리가 8%대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자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전월세 거래량 20만5206건 중 월세 비중은 51.8%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8.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역시 큰 폭으로 줄었다.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3조6000억원이 줄어들며 감소폭이 확대됐는데, 이 역시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7.22%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0.6%포인트 뛰면서 2013년 1월(7.02%) 이후 약 10년 만에 7%를 돌파했다. 이중 마이너스통장이 포함된 잔액 기준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5.61%로, 지난 2014년 11월(5.64%)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급속도로 올라 이자 부담이 급증하자, 대출자들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지난달 기업대출은 전달보다 10조5000억원 늘어난 1179조7000억원으로, 이는 11월 기준 통계 속보치 작성(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자금시장 경색여파로 회사채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기 떄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대기업 대출은 운전자금 수요와 회사채 시장 위축에 따른 대출 활용 지속 등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채 발행은 투자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1조1000억원 순상환됐다. 3개월 연속 순상환 지속세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우량물을 중심으로 3조3000억원 순발행됐다.

문제는 이렇게 급증한 기업대출이 향후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내년에도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경우,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금융비용 부담 증가율이 높아지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기업들이 나오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 일환으로 은행권에 적극적인 자금 공급을 주문하면서, 이전보다 심사 문턱을 낮춰 기업대출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갈수록 상황이 안좋아지는 기업들이 많아지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그렇다면 은행에서는 채무상환 능력을 더 세밀하게 판단해 기업대출을 해줘야 되는데 정부의 방침에 따라 어느 정도 요건만 맞으면 자금을 내줘야 하니, 결국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단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9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38%로 전분기말 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총여신은 증가(65조9000억원)한 반면, 부실채권이 9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6000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단 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 중 기업여신이 8조원으로 부분(82.8%)을 차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처럼 부실채권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것도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지금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기업들도 가계처럼 대출을 줄여나가야 하지만,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 단가는 올라가고 있는데다 운전자금 압박이 이어지니 일단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좋을 때는 가계대출이 줄고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것이 생산적 금융 확대 차원에서 좋은 방향이겠지만, 지금처럼 스태그플레이션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추후 급증한 기업대출이 전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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