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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개월만에 러 벗어난 美농구스타...악명높은 무기상과 맞교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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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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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러시아에 수감됐던 미국 여자농구 선수가 10개월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에서 복역 중인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상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그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풀려난 美 농구스타...'구금' 러 무기상과 교환
바이든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가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오고 있다며 "24시간 내"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날을 위해 오래전부터 노력해왔다. 힘들고 치열한 협상이었다"면서 "석방을 위해 지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행정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그라이너를 데려오는 대신, 미국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 국적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러시아로 보냈다. 악명 높은 무기상으로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그는 미국인 살해 공모,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 등으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러시아 외무부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에 수감된 부트와 러시아에 있던 그라이너를 교환한 사실을 확인했다.

교환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공항에서 이뤄졌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공항 활주로에서 그라이너와 부트가 포로 상태에서 자유인이 될 때 잠시 서로 지나치는 영상을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그라이너가 샌안토니오에 도착한 직후, 의료 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가족들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으로 오프시즌 동안 러시아 팀에서 활동하던 그라이너는 올해 2월 휴가를 마치고 러시아에 입국하다가 마약 밀반입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병 치료를 위해 합법적으로 의료용 대마초를 처방받았고, 실수로 이를 넣었을 뿐 법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법원은 올해 8월 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라이너와 함께 교환 논의가 이뤄졌던 미국인 폴 휠런은 여전히 러시아에 수감 중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휠런의 석방 역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휠런과 그라이너 사건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해병대원 출신의 기업보안 책임자인 휠런은 그라이너와 달리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휠런측 변호인단은 "이번 결정에 화가 난다. (풀려나지 못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도 "교환하기에 너무 값어치가 있어서 더 오래 수감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휠런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이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미국인 1명을 데려오느냐, 아무도 데려오지 못하느냐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는 그라이너를 미국으로 돌려 보내는 유일한 방안은 부트의 석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 역시 여러 대안들을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나쁜 선례될 것" 우려도 쏟아져...공화당 "푸틴에게 선물"
미국이 교환방식으로 부트를 돌려보낸 것과 관련해 비판도 잇따른다. 부트는 무기상으로 악명이 높을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경미한 실수를 저지른 농구스타와 악명 높은 무기 거래상을 교환하기로 한 이번 결정이 향후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 구금된 러시아인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며 "부트를 석방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상당한 타협을 의미한다. 휠런이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미국이 교환에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러한 결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어 인질을 잡고 고통을 준 다음 양보를 얻는 전략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진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는 "푸틴에 대한 선물"이라며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 입장에서 정말 멍청하고 비애국적인 수치"라고 주장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등은 그라이너가 풀려난 것을 환영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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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도착한 부트 [러시아 국영TV 동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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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는 이미 러시아에 도착한 상태다. 이날 러시아 국영TV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그는 눈물을 보이며 공항에 마중나온 어머니에게 "걱정하지 마세요. 다 괜찮아요"라고 전했다. 부트의 어머니인 라이자 부트는 "푸틴 대통령 덕분"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요 외신들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동성명을 인용해 이번 교환에 있어 두 국가의 중재 노력이 있었음도 언급했다. 또한 이는 러시아와 나머지 세계를 중재하는 역할에 있어 중동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교환에 앞서 전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UAE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했다. 다만 이 통화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는 지는 확실하지 않다. 러시아 크렘린궁 성명에는 무역, 경제협력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피에르 대변인은 협상은 미국과 러시아 정부 사이에서 진행됐을 뿐, 중재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교환 장소를 제공한 UAE에 감사한다"고 일축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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