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자국내 생산' 원칙 버리고 美 건너간 TSMC…삼성과 치열한 경쟁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SMC, 기술 유출·비용 상승 우려에도 美 생산시설 착수

4㎚ 첨단공정 도입 승부수…삼성전자, 고객사 확보 주목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TSMC의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대만의 TSMC가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기지 구축을 시작하며 애플·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 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국 내에서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뒤로 하고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호응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내년초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제2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을 개최할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공장에서 생산시설 구축 시작을 알리는 '장비 반입식'을 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환영 메시지를 냈다.

당초 TSMC의 기본 원칙은 '자국 내 생산'이었다. 해외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할 경우 기술 노하우가 유출될 우려가 있어서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려면 자국 엔지니어에게 임금을 2배 이상 주고 미국으로 파견해야 하는 등 공장 운영 비용이 50% 이상 높아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대만 내에선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선택한 건 심화되는 미-중 갈등과 중국의 위협 속에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필수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혜택에 따라 수조원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120억달러(약 15조8000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에선 내년 연말부터 4나노미터(㎚) 공정 칩이 생산될 예정인데, 이미 애플·엔비디아·AMD 등 주요 미국 고객사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반입식에 참석한 팀 쿡 애플 CEO는 "TSMC 미국 공장에서 제조된 칩을 구매하는 첫 고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시간주 SK실트론 공장을 방문하는 등 미국에 투자한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당시 그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에 더 이상 인질로 잡혀있지 않겠다"며 반도체 동맹을 통해 자국 중심의 독자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뉴스1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신규 파운드리 공장(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SMC가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한발 앞서 나가면서 삼성전자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도 미국 내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400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 팹을 건설 중이다. 오는 2024년 양산이 시작돼 미국 현지에서 본격 공급된다.

미국 생산시설에 4㎚ 공정을 도입한 TSMC와 달리 삼성전자 테일러시 생산시설에선 이 보다 한 단계 낮은 5㎚ 칩이 주로 생산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2㎚(2025년)·1.4㎚(2027년) 등 초미세공정 반도체를 국내 사업장에서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TSMC가 피닉스시에 두 번째로 짓고 있는 생산시설에선 2026년 3㎚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 경우 미국 내 고객사 사이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3.4%, 16.3%로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TSMC에 맞대응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기업 위주인 미국은 초미세 공정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수준의 기술과 수율이 필수"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