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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공하더니 더 거만해졌네”…‘하극상’ 그랜저, 벤츠 왜 타나요 [카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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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장차·아빠차에 집중
제네시스 G80보다 더 길어
디자인도 성능도 품격 지향
4륜구동·스노모드, 겨울강차


◆ 카슐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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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왼쪽)와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현대차, 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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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만해졌네”

디 올뉴 그랜저의 성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품격과 품위를 강화했다.

‘사장차’ 시대를 연 1세대 각그랜저부터 이어진 성공 이미지를 계승하면서 체급을 뛰어넘는 크기와 성능을 추구해서다.

제네시스가 지난 2015년 독립 브랜드가 된 뒤 개발에 들어간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게 정체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랜저는 사장차, 임원차로 성공 이미지를 구축한 뒤 아빠차로 거듭났다. 6세대부터 엄마차·오빠차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나온 7세대 신형 그랜저부터는 다시 ‘사장차~아빠차’에 중점을 뒀다.

크기, 디자인, 안전·편의성, 성능 모두 체급 이상이기 때문이다. 엄마차·오빠차 역할을 향후 나올 예정인 신형 쏘나타에 넘겨주겠다는 현대차의 의도도 엿보인다.

신형 그랜저는 자의반 타의반 제네시스에 양보했던 더 큰 성공과 품격을 되찾아왔다. 나중에 태어났지만 형님인 제네시스 G80 입장에서는 ‘하극상’이다.

◆K8보다 크고 G80보다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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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측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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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부터 건방지다. 차체는 기존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보다 커졌다. 전장x전폭x전고는 5035x1880x1460mm다. 기존 그랜저(4990x1875x1470mm)보다 45mm 길어지고 5mm 넓어지고 10mm 낮아졌다.

국산 준대형 세단 최초로 5m를 넘었던 기아 K8(5015x1875x1455mm)보다도 크다. 제네시스 G80(4995x1925x1465mm)보다 길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95mm로 K8과 같다. 기존 그랜저보다는 10mm 길어졌다. 제네시스 G80(3010mm)보다는 짧다.

전면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을 짧게 만들고 휠베이스를 길게 설계한 뒤 카울 포인트(보닛과 윈드실드 경계)와 캐빈을 뒤쪽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복고(Retro)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Newtro)와 품격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세계 양대 명차 브랜드인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에서 볼 수 있는 우아한 매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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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각 그랜저 [사진출처=매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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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차’로 인지도를 쌓았던 1세대 각 그랜저에 대한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특정 요소를 인용)도 곳곳에 숨어 있다.

단, ‘각’을 세운 네모난 그랜저가 아니라 곡선과 직선을 통해 우아한 매력과 품격을 추구했다.

‘각’은 헤드램프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 일체형 범퍼 등 일부에만 존재한다.

엠블럼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보닛 앞쪽 중앙으로 이동했다. 두께는 얇아졌다. 기존 엠블럼보다 더 세련되게 디자인됐다.

2차원 세상에서는 ‘스타랜저’(스타리아+그랜저)라는 비아냥거림을 유발했던 ‘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LED 램프(Seamless Horizon Lamp)’는 3차원 세상에서는 태양이 떠오르는 수평선 위로 떠오를 때 모습을 연상시킨다.

주간주행등(DRL), 포지셔닝 램프, 방향지시등 기능을 통합한 단절감 없는 일체형 구조다. 차체를 더 넓어보이게 만든다.

또 변형된 벌집 형태를 적용한 파라메트릭 패턴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를 장악했다. 강렬하고 웅장하다.

측면부는 2895mm에 달하는 동급 최장 휠베이스와 롱 후드를 통해 날렵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발산한다.

프레임리스 도어는 문을 열 때마다 프리미엄 감성을 제공한다. 차체 속으로 파고드는 플러시 도어 핸들은 디자인과 공기역학 성능을 모두 추구했다.

각 그랜저에서 가져온 오페라 글라스(2열 창문 뒤 쪽창)는 더 넓게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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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위)와 기존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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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는 슬림한 라인의 리어 콤비램프와 함께 볼륨감이 강조된 디자인을 통해 전면부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처럼 얇은 한줄로 구성됐다. 기존 그랜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께는 얇아졌다.

좀 더 고급스러운 감성을 발산하면서 차체를 감싸면서 차체 폭을 더 넓어보이도록 만든다. 머플러 팁도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머플러 팁이 필요없는 전기차를 연상시킨다. 깔끔하고 우아하지만 어색할 수도 있다.

측면부와 후면부를 3~4m 가량 떨어져서 바라보면 벤틀리 플라잉스퍼처럼 우아한 곡선과 단호한 직선이 품격을 향상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안락하고 넓은 쇼퍼드리븐카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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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실내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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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인체공학 기반의 슬림화 디자인과 버튼 최적화 등으로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군더더기 없는 감성 공간으로 진화했다. 루프와 유리가 만나는 안쪽 마감, 도어 테두리 패킹 등도 깔끔하게 마감했다.

원 스포크 스타일 D컷 스티어링휠은 각 그랜저에서 영감을 받았다. 각 그랜저처럼 세로 스포크가 두텁다.

중앙부 혼 커버에는 엠블럼 대신 운전자의 차량 조작 및 음성인식과 연계 작동하는 4개의 LED 조명을 적용했다.

기존 그랜저가 전자식 변속 버튼(SWB)을 적용한 것과 달리 스티어링휠 뒤쪽에 부착하는 칼럼 시프트가 적용됐다.

벤츠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아이오닉5도 적용했다. 기존 그랜저에서는 다소 부족했던 센터콘솔 공간이 더 넓어졌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공간도 넓어졌다.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수납할 때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1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전기차를 탄 것 같은 기분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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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왼쪽)와 6세대 부분변경 그랜저 실내 비교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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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는 12.3인치 대화면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일체형으로 통합했다. 중앙 하단에 위치한 풀터치 10.25인치 대화면 통합 공조 컨트롤러와 조화를 이루며 하이테크 이미지를 발산한다.

크래시패드 가니시부에 적용한 ‘인터랙티브 앰비언트 무드램프’는 드라이브 모드, 음성인식, 웰컴·굿바이·시퀀스 등 각 시나리오 별로 다양한 색을 발산한다.

시트 헤드레스트는 두 개의 얇은 기둥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중간에 하나의 큰 기둥이 있는 형태로 변했다.

사진만 공개됐을 때는 외계인 ‘ET’를 닮았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왔지만 실제로 보면 세련됐다. 안락한 임원용 의자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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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헤드레스트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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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패턴을 가미한 나파 퀄팅과 가죽 소재는 리얼 우드 및 알루미늄 내장재와 어우러져 유려한 스타일을 뽐낸다. 탑승자 몸도 좀 더 안정적이고 안락하게 감싸준다.

뒷좌석은 넓다. 2열 센터터널이 솟아있지만 1열 시트와 거리가 충분해 성인 3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다.

레그룸이 넉넉하고 조수석 시트는 2열에서도 손쉽게 앞쪽으로 밀 수 있다. 오페라 글라스 덕에 2열에서 느끼는 개방감도 더 향상됐다. 쇼퍼드리븐카(운전자가 따로 있는 차)이자 사장차 기분을 선사한다.

다만 트렁크 공간은 오목한 공간이 많아졌다. 기존 그랜저보다 공간 활용도가 다소 부족하게 보인다.

◆깜빡이마저 우아한 플래그십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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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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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는 가솔린·하이브리드·LPG 모델로 나온다. 2.5리터 GDI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98마력, 최대토크 25.3kg.m에 11.7km/ℓ의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3.5리터 GDI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kg.m의 넉넉한 힘을 발휘하면서도 10.4km/ℓ의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3.5리터 LPG 모델은 최고출력 240마력과 32.0kg.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0kg.m와 함께 18.0km/ℓ의 복합연비를 갖췄다.

그랜저에 적용된 가솔린 엔진은 속도와 분당 회전수(RPM)에 따라 MPI(간접분사) 또는 GDI(직접분사) 방식을 선택, 연료를 최적으로 분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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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주행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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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3.5리터 가솔린 엔진과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을 적용했다. 도어는 묵직하다. 여닫을 때 플래그십 세단의 존재감을 알려준다.

운전석 시트는 안락하면서 몸을 편안히 감싸준다. 각 그랜저에서 영감을 받은 원 스포크 스타일 D컷 스티어링휠은 기존 그랜저보다 그립감이 좀 더 향상됐다. 손에 닿는 감각이 묵직하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 노말, 스포츠, 마이 드라이브, 스노 5가지로 구성됐다. 스티어링휠 세로 스포크 하단에 조작 버튼이 있다.

주행성능도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게 다듬었다. 노말 모드에서는 묵직하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노면 소음은 물론 풍절음도 잘 차단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경망스럽지 않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박자 여유를 부리며 힘 있게 속도를 높인다.

방향지시기(깜빡이)도 우아해졌다. 탁탁 걸렸던 기존 그랜저의 방향지시기와 달리 매끄럽게 움직이고 소리도 정제됐다.

드라이브 모드는 쉽게 바꿀 수 있다. 스티어링휠에 조작 버튼이 있어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스티어링휠이 더 묵직해진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괴성을 지르지도 요란을 떨지도 않지만 힘 있고 무게감 있으며 지치지 않고 속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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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트렁크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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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성능은 우수하다. 앞차를 따라가는 반응 속도도 빠르고 차선도 잘 지킨다. 또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과속카메라에 단속되지 않게 규정 속도를 지켜준다.

차체 뒤쪽 중앙 부위가 아니라 범퍼 쪽에 배치된 방향지시등은 낯설다. 뒤 따라오는 운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 또 접촉사고 취약 부위인 범퍼에 부착된 것도 아쉽다.

신형 그랜저는 겨울에 강해졌다. 기아 K8에는 있지만 기존 그랜저에 없었던 4륜구동을 채택해서다. 여기에 ‘스노 드라이브 모드’까지 추가됐다. 겨울 강차(强車)로 거듭난 셈이다.

후측방 모니터도 밤이 긴 겨울에 더 유용하다. 방향지시기를 움직이면 계기판에 해당 방향의 후측방 영상이 나온다.

사이드미러 사각지대를 없애주고 화질도 뛰어나다. 깜깜한 도로에서 운전시야를 넓혀줘 안전운전을 도와준다.

◆G80과 함께 벤츠·BMW 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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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왼쪽)와 제네시스 G80 [사진출처=벤츠,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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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는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독일 프리미엄 세단처럼 E세그먼트(Executive cars, 프리미엄 중형·준대형차급)에 속한다.

E세그먼트 세단은 더 럭셔리하지만 부유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F세그먼트(럭셔리카급)의 대형 세단보다 많이 팔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추 역할을 맡는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는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이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신형 그랜저는 E세그먼트 성향을 더욱 강조했다. ‘성공’ 이미지도 더 강해졌다. 제네시스 G80과 함께 독일 프리미엄 세단을 협공하기 위해서다.

판매도 사실상 성공이다. 사전계약 없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전환 계약 등을 통해 10만9000여명이 선택했다. 사실상 사전계약 신기록이다.

신형 그랜저는 올해 연말까지 1만1000대가 계약자에게 인도된다. 내년 판매목표는 11만900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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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그랜저 주행 장면 [사진출처=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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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싸진 가격이다. 가격(개별소비세 3.5% 적용)은 ▲가솔린 3716만원 ▲하이브리드 4376만원 ▲LPG 3863만원부터 시작된다.

가솔린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118만~368만원 비싸졌다. 파워트레인이 바뀐 하이브리드 모델은 600만원 가량 올랐다. 형제차종인 기아 K8보다는 600만원 이상 비싸다.

가솔린 2.5 모델 기준으로 풀옵션을 선택하면 프리미엄 트림은 4560만원, 익스클루시브 트림은 5080만원이다.

3.5 4WD 모델 기준으로 가장 비싼 캘리그래피 트림을 선택하면 폴옵션 가격이 5871만에 달한다. 제네시스 G80 시작가인 5507만원보다 비싸진다. 크기, 성능은 물론 가격도 ‘하극상’이다.

비싸진 가격에다 구매심리를 위축시키는 고금리까지 결합돼 계약 취소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계약이 일정부분 취소된다 하더라도 다른 차종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성공 신화’는 이미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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